이총리 "나를 키운 건 8할이 선생님…인생 고비마다 도움"
한국교총 창립 70주년 기념식…"현장의 선생님들께 경의"
"세월호 희생 교사들, 사후까지 세상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23일 "서정주 시인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고 읊으셨다. 남루한 저를 키운 건 팔 할이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회관에서 열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인생의 고비마다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는 "국회의원으로 일하던 시절에 후원회장으로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모신 일이 있다"며 "그 선생님이 돈을 많이 가지셨거나, 돈을 많이 모으실 수 있어서가 아니라, 제 인생의 원점이셨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선생님을 존경하고 그리워하는 제자들은 늘 있다는 사실을 선생님들께서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 선생님들께서 늘 긍지를 가지고 일하시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이 총리는 "정부는 선생님들께서 자부심과 보람을 갖고 일하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며 교육과 연구개발 투자 확대, 교육체계 혁신을 약속했다.
이 총리는 그러면서 "이 시간에도 수학능력시험을 관리하시거나 제자들을 가르치시는 현장의 선생님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인사했다.
그는 "우리는 예부터 교육으로 나라를 일으켰다. 일제 강점기에도 선각자들께서는 빼앗긴 땅에 학교를 세워 민족의 역량을 키우셨다.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선생님들께서는 퇴보의 땅에 천막교실을 지어 미래 세대를 기르셨다"고 회고했다.
이어 "세계가 놀라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유례없이 뜨거운 국민의 교육열과 박봉을 견디며 교육에 매진하신 선생님들의 헌신 위에 세워졌다"면서 "대한민국은 선생님들께 갚을 길 없는 은혜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또 과거의 스승은 '그림자도 밟아서는 안 되는 절대적 존경의 대상'이었고, 지금의 교사는 '학생과 눈높이를 맞추고 교감하며 지식을 전수하는 교육전문가'로 인식된다며 변화상을 짚었다.
그는 "이미 우리 곁에 와버린 미래의 세상은 교육과 교육자들께 또 다른 요구를 하고 있다"며 "국경을 뛰어넘는 사고와 역량을 지닌 창의적 인재를 길러야 한다. 사람들이 물질보다 내면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람들이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나누는 공동체 의식을 더 많이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총리는 특히 "늙도록 일하려면 여러 분야에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지식을 끊임없이 가져야 한다"며 "우리 교육이 시대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총리는 아울러 "세상이 바뀌어도 교육의 중요성과 교육자의 존재 이유는 달라지지 않는다"며 "아이들이 새롭게 눈을 뜨고, 새로운 내면을 형성하도록 도와달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제자를 위해 희생하는 선생님을 거론하면서 세월호 참사로 숨진 양승진, 박육근, 김응현, 고창석, 남윤철, 이해봉, 이지혜, 유니나, 김초원, 전수영, 최혜정 선생님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했다.
이 총리는 "이 선생님들은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가라앉는 배에서도, 그리고 사후까지도 제자들과 세상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셨다"며 세월호 희생 교사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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