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결국 고발 사태로 번진 검찰 특수활동비 논란
(서울=연합뉴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23일 당 정치보복대책특위 부위원장인 주광덕 의원을 통해,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가 법무부에 올려진 의혹이 있다면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같은 직책을 맡았던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과 김수남 전 검찰총장도 고발대상에 포함됐다. 고발장에 거론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과 국고손실이다. 검사의 수사 및 정보수집 활동을 위해 배정되는 특활비를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으로부터 상납받았으며, 이는 뇌물과 국고손실 혐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검찰의 특활비 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올해 검찰 몫으로 배정된 특활비 178억8천만 원 가운데 법무부가 30∼40%를 유용했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주광덕 의원은 법사위 질의에서 "검찰 특활비로 재배정한 178억여 원 가운데 20∼30억 원을 법무부 장관, 차관, 검찰국장이 판공비 명목으로 사용한다고 하는 데 사실이냐"고 물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답변에서 "검찰 몫의 특활비는 없다. 법무부와 검찰 공동의 활동을 위한 특활비"라고 말했다. 검찰 활동은 법무부와 검찰이 공통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 특활비라고 해서 검찰청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박 장관의 설명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특활비 용도를 캐묻자 박 장관은 "(특활비) 집행 지침 자체가 대외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구체적 액수와 내역을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이 청와대에 특활비를 상납했다는 의혹과 검찰 및 법무부의 특활비 문제가 구조적으로 같다는 한국당 의원들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박 장관은 "만일 법무부와 검찰의 특활비 사용 방식과 국정원 방식이 똑같은 것이라면 국정원의 특활비 사용과 관련한 전직 국정원장의 혐의는 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국정원의 특활비가 문제가 된 것은 그 내역이 사적으로 유용됐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특활비는 사적 유용이 아니라 세목에서 다른 형태로 쓰인 것"이라고 가세했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문제는, 박근혜 정부 국정원이 특활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놓고, 한국당이 '정치보복'이라며 맞불을 놓으면서 정치 쟁점화했다. 홍준표 대표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건으로 전직 국정원장 2명이 구속된 점을 상기하면서 "정의의 본질은 형평이다. 형평에 맞게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도 동일한 잣대로 수사하라"고 말한 바 있다. 한국당은 24일 의원총회를 열어 '특활비 의혹 진상규명 특검'을 추진하는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그런데 박 법무부 장관의 국회 답변은 검찰 특활비 논란을 차단하기에 미흡한 것 같다. 알려진 검찰 관행과 많이 다르고, 너무 형식논리에 치우친 설명이어서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법무부와 검찰은 특활비 문제를 국민에게 더 소상히 알기 쉽게 설명해 논란의 확산을 막을 필요가 있다. 차제에 검찰의 특활비 사용 방식 등에 대한 제도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검찰과 법무부의 특활비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등에 쓰인다고 하지만 연간 28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가능한 범위에서 국민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집행하는 게 맞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은 법무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간부 등과 식사를 하면서 후배 검사들에게 70∼100만 원씩 돈 봉투를 나눠줘 검찰 특활비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사정의 칼자루를 쥔 검찰이 자신에게 제기된 특활비 논란을 명확히 차단하지 못하면 남을 향해 들이대는 사정의 잣대를 놓고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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