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까지 출근? 들어본 적 없어"…지키지 않은 수능 출근시간

입력 2017-11-23 14:16
수정 2017-11-23 15:30
"11시까지 출근? 들어본 적 없어"…지키지 않은 수능 출근시간

포항·경주 공공기관·민간기업 평소와 같아…교육기관만 늦춰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정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경북 포항을 비롯한 전국 관공서 출근 시간을 늦추기로 했으나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수능일 포항·경주·영천·경산 관공서와 민간기업 출근시각을 오전 11시 이후로 조정해달라고 인사혁신처·산업통상자원부·지자체 등에 요청했다.

지진 피해 지역 시험장 인근에서 다시 여진이 발생해 예비시험장으로 학생들이 이동해야 할 경우에 대비한 것이다.

다른 지역도 오전 10시 이후로 출근 시간을 조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런 정부 방침은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별로 먹히지 않았다.

포항시 한 공무원은 "지진 피해 상황 때문에 오전 9시까지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포항에 있는 한 공공기관 직원도 "출근 시간을 늦추라는 지시를 전혀 받지 못했다"며 "평소처럼 오전 9시까지 출근했다"고 전했다.

한 경주시 공무원도 "우선 늦게 오라는 지시를 전달받지 못했다"며 "늦게 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다들 지키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민간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중견기업 직원 이모(44)씨는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들이나 늦게 출근할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직장은 전혀 그런 지시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직원 서모(44)씨도 "출근 시간 늦추란 지시를 전혀 받지 못했고 정상 출근했다"며 "그나마 길이 좀 덜 막혀서 출근 시간을 늦춘 곳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러다가 보니 포항 일부 수능 수험생이 이날 아침 교통 혼잡으로 경찰 도움을 받고서야 시험장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는 일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8시 5분께 포항 의현교차로에서는 한 수험생이 차 정체로 고사장에 도착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이 수험생은 경찰 도움을 받아 시험장인 두호고까지 무사히 갔다.

또 다른 수험생도 오전 7시 55분께 포항 한신사거리에서 교통혼잡으로 발을 동동 구르다가 경찰 도움을 받아 시험장인 두호고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관공서나 민간기업과 달리 일선 교육기관은 정부 방침에 맞춰 출근 시간을 늦췄다.

포항 한 학교 관계자는 "우리는 출근 시간을 11시로 늦추라는 지시를 받아 늦게 출근했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