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복서' 이흑산 "코리안 드림은 지금부터 시작"
25일 첫 국제전…격투 본능에 훈련 더해 승리 다짐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나는 승리를 간절하게 원합니다."
'난민 복서'로 유명한 이흑산(34·본명 압둘레이 아싼)을 22일 강원 춘천시 아트복싱짐에서 만났다.
이흑산은 25일 일본 선수와 첫 국제전을 앞두고 맹훈련 중이다.
"그렇지", "한번 더", "쭉 뻗어서"
권투 글러브가 미트를 펑펑 두드리는 소리와 코치의 고함이 체육관을 가득 울렸다.
이경훈 코치(전 한국 미들급 챔피언)는 이흑산에게 일정 거리를 유지해 잽을 쭉 뻗도록 요구했다.
상대편인 바바 카즈히로(25)가 작은 키에 거리를 좁혀 파고드는 공격 방식이어서 이흑산의 긴 팔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한 까닭이다.
이흑산은 키 180cm, 팔 길이 187cm, 몸무게 67㎏의 신체조건을 가졌다.
거기에 뛰어난 동체 시력과 반사신경, 체력을 겸했다.
이 코치는 "이흑산은 처음엔 본능과 피지컬(신체조건)만으로 권투를 했었다"며 "뛰어난 피지컬에 내가 가진 기술을 더 하면 첫 국제전 승리도 문제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흑산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간절함'이다.
그는 2015년 8월 무주에서 열린 세계 군인선수권대회에 카메룬 국가대표 자격으로 참가한 뒤 국내 망명을 신청했었다.
언제 추방당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챔피언 타이틀'은 강제 송환을 피할 동아줄과 같았다.
타이틀을 차지하기 위해 그는 '헝그리 정신'을 뛰어넘은 간절함으로 주먹을 뻗어 지난 5월 슈퍼웰터급(69.85㎏ 이하) 한국 챔피언에 올랐다.
이어 7월 18일자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추방의 공포에서 벗어난 그는 간절함을 무기로 복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코치도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계륵'같은 선수라 생각했다.
재능은 탐나지만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함에 계약을 미루기도 했다.
하지만 승리를 향한 절박함을 발견하고 압둘레이 아싼에게 자신의 성을 따 '이흑산'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제자로 받아들였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회에 가장 큰 적은 '추위'다.
지난해 12월 천안에서 춘천으로 건너와 두 번째 겨울을 맞지만, 강원도 추위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
실제로 감기에 걸린 이흑산은 훈련 도중 자주 코를 훌쩍였다.
이 코치는 "그가 모슬렘이라 돼지고기를 먹지 못해 삼계탕으로 추위를 이겨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흑산은 25일 경기에서 승리하면 내년 4월 한국 웰터급 최강전 우승자 정마루(30)와 WBA 아시아 타이틀매치를 치르게 된다.
이번 경기에서 이흑산의 권투 바지(트렁크) 위에는 처음으로 태극기가 새겨질 예정이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힘줘 말했다.
"내 코리안 드림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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