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무가베' 음난가그와 "새 민주주의" 약속…과연 실현될까
경제재건 노력도 강조…국민 기대 속 "허니문 짧을 것" 비관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로버트 무가베(93) 전 대통령에 이어 짐바브웨를 통치할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귀국 후 첫 연설에서 민주주의가 새로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음난가그와가 무가베의 오랜 측근으로서 독재와 부패에 가담한 적폐세력의 간판인 까닭에 짐바브웨 안팎에서 비관도 적지 않게 목격된다.
AP통신,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귀국한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이날 수도 하라레의 집권여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 당사로 이동해 당사 밖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연설했다.
파랑 양복을 입고 마이크 앞에 선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오늘 우리는 민주주의가 펼쳐지는 새로운 시작을 보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다른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프리카 대륙의 협력이 필요하고 아프리카 밖의 친구들과도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사회 공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꺼낸 것은 무가베 전 대통령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37년간 집권하며 인권 탄압과 독재정치를 해온 무가베 전 대통령과 차별화함으로써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음난가그와 전 대통령은 피폐한 짐바브웨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이 나라에서 평화를 원하고 국민을 위한 일자리도 원한다"며 "짐바브웨 국민이 힘을 합쳐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망가진 경제를 다시 세우려면 국제사회의 지지가 필요하다"며 "나는 이미 몇몇 국가로부터 지지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짐바브웨 국민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한 물가상승과 만성적인 실업, 식량난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무가베 정권에서 많은 살해 위협을 받았다며 "나는 정확히 16일 전 부통령직에서 해임한다는 문서를 받았고 불과 두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를 제거하려는 계획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8월에는 자신이 독살당할 위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달 6일 해임된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그동안 신변 안전을 이유로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했고 24일 하라레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약 2주만에 귀국한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는 국민의 큰 환영을 받고 있다.
연설 현장을 찾은 니키 치흐와(28) 씨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나는 새 지도자를 환영하려고 여기에 왔다"며 "우리는 그가 변화를 가져오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단지 무가베가 물러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음난가그와가 국민에게 희망적 메시지를 던졌지만, 민주주의와 경제 회복 등에서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음난가그와가 무자비하고 과격한 인물로 통해온 만큼 '제2의 무가베'로 독재정치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짐바브웨 국영 매체 짐바브웨헤럴드는 "음난가그와가 높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통치를 시작하면 '허니문' 기간은 짧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군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고 무가베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오랫동안 통해왔다며 "음난가그와가 짐바브웨의 자유화를 이끌지 못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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