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북한, 정전협정 위반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내놓아야

입력 2017-11-22 18:06
[연합시론] 북한, 정전협정 위반 사과하고 재발방지책 내놓아야

(서울=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발생한 북한군 병사 귀순 사건에 대한 특별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북한군이 군사분계선(MDL) 너머로 총격을 가하고, 그 중 한 명이 잠깐이지만 MDL을 넘은 것이 확인됐다. 이에 유엔사는 "두 차례 유엔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중요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브리핑에선 언급되지 않았지만, JSA 구역에서 소총 휴대는 정전협정 위반인데 북한군의 AK-47 소총 휴대도 확인됐다. 유엔사는 이날 판문점 채널을 통해 북측에 구두로 정전협정 위반 사실을 통보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따지기 위한 회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2013년 정전협정 무효화 선언 이후 군사정전위원회를 무력화해온 북한이 이에 응할지는 확실치 않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사건이었던 만큼, 정전협정을 위반한 북한군의 무모한 행동에 대해 분명히 따지고 북측에 재발방지책을 요구해야 한다. 북한 당국도 머뭇거리고 있을 게 아니라, 잘못한 행동은 사과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북한 병사 귀순 주요 장면이 담긴 JSA CC(폐쇄회로)TV와 TOD(열상감시장비) 영상도 공개됐다. 약 7분 길이다. 여기엔 귀순병이 모는 지프 차량이 MDL을 넘은 뒤 배수로에 빠진 장면, 귀순병이 남쪽으로 필사적으로 달리는 장면, 그 뒤를 북한군 추격조가 쫓으며 AK 소총 등으로 조준사격을 퍼붓는 장면, 그중 한 명이 MDL을 몇 초간 넘었다가 황급히 북쪽으로 되돌아간 장면, JSA 경비대대의 귀순병 구조 장면 등이 담겼다. 특히 간발의 차이로 추격조를 따돌리고 극적으로 탈출하는 2∼3분간의 장면은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웅변한다. 귀순병은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로 옮겨져 두 차례 수술을 받고 지금은 의식을 회복했다. 오른쪽 엉덩이와 왼쪽 등을 포함해 5곳에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교수는 브리핑을 통해 "현재 환자의 의식은 명료한 상태이며, 환자는 사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개가가 아닐 수 없다.

우리 군의 대응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뭣보다 북한군이 귀순병을 추격하며 MDL 너머로 AK소총과 권총 40여 발을 쏘고 한 명은 실제 MDL을 넘은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왜 우리 군은 대응 사격을 하지 않았느냐는 게 비판의 요지다. 일반 작전지역과는 달리 JSA에서의 대응 사격은 유엔사 교전규칙을 따른다. 확전 가능성과 위기관리 고조 등을 기준으로 삼고 대응 사격 시 유엔사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이번 사건에선 북한군이 우리 장병에게 직접적 위해를 가하지 않았고 확전 가능성도 있었기에 대응 사격을 하지 않았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이날 유엔사는 JSA 경비대대 요원들이 "적절한 조처를 해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고 인명 손실 또한 없었다"면서 "한국군 대대장의 전략적 판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돌발적 상황에서 침착하게 대처하고 목숨 걸고 귀순병을 살리는데 일조한 JSA 경비대대 요원들의 공도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현 유엔사 교전규칙에 부족한 점이 있다면 보완해야 한다. 현장 상황이 매우 긴박한데도 유엔사 교전수칙에 따라 유엔사의 판단과 지침을 기다릴 경우 즉각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경비 책임을 한국군이 맡은 만큼, 무력 사용 및 자위권 행사 판단과 권한을 유엔군 사령관이 한국군 대대장에게 위임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유엔사와 함께 협의해볼 만한 방안이다. 또한 귀순병의 행방을 TOD를 통해 발견할 때까지 16분 동안 놓친 것을 두고 경계 실패 지적도 있다. 이에 군 당국은 JSA 경비대대 상황실에서 처음부터 사태의 진전을 파악하고 있었으나, 귀순병이 숲에 가려 있는 데다가 후방에서 북한군 무장병력이 증강되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행방을 추적할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쓰러진 귀순병이 발견된 장소는 CCTV 사각지대라고 한다. 첨단 감시 장비의 보강도 필요할 듯하다. 이밖에 현장 상황이 합참과 국방부 등에 지연 보고된 부분에 대한 질책도 나온다. 군 당국은 보완할 것은 조속히 보완하고 대비 태세에 더욱 만전을 기하기를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