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들 "인종청소 증거있다"…아웅산수치 "들은 바 없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인종청소 논란을 둘러싸고 미얀마군에 대한 제재를 추진 중인 미 의회 대표단과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가 설전을 벌였다.
22일 현지 언론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로힝야족 인종청소 문제 조사에 나선 미 상원 대표단은 최근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를 방문했으나, 미얀마 측의 제지로 유혈사태가 발생 지역과 로힝야족 난민 수용소는 둘러보지 못했다.
대표단을 이끄는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민주, 오리건)은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난민이 사랑하는 아이와 남편이 죽임을 당하거나 부인과 딸이 강간을 당하고, 불에 타는 걸 지켜봐야 했다"며 "이는 명백한 인종청소의 증거"라고 말했다.
미얀마군 지도자에 대한 제재 법안 발의자 중 하나인 제프 의원은 "우리는 미얀마군과 지역민이 로힝야족에게 한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대응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개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전 세계가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미얀마 정부는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난민의 복귀를 허용해야 한다"며 로힝야족을 상대로 자행된 잔혹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독립적인 조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미얀마의 실권자인 수치 국가자문역은 '인종청소'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수치 자문역은 전날 폐막한 아셈(ASEM) 외교장관회의 말미에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판단할 수 없다"며 "책임 있는 정부로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는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60만 명이 넘는 국경 이탈 난민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방글라데시와 협력할 것이라며, 1990년대에 방글라데시와 체결한 난민 송환 협약의 틀에 따라 난민 복귀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로힝야족 난민들은 미얀마 국적이 없고 미얀마 내 거주 사실을 입증하기도 어려운 상태여서 오랜 협약을 난민 송환의 기본 원칙으로 삼을 경우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미얀마에서 핍박받는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미얀마에 항전을 선포하고 지난 8월 25일 경찰초소 30여 곳을 습격했다.
미얀마군은 ARSA를 테러단체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소탕전에 나섰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로힝야족 60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난민들은 미얀마군과 일부 불교도가 민간인을 죽이고 집에 불을 지르는 등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했고, 유엔은 이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규정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방화 등 행위가 ARSA 반군의 소행이라고 일축했으며, 미얀마군은 자신들의 행위가 극단주의 세력에 맞선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등은 최근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관여한 미얀마 군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제재와 비자발급 거부 등을 포함한 제재안을 발의했다.
로힝야족 인권 문제에 관해 주요 진전이 있을 때까지 안보 분야의 모든 지원을 중단하며, 미얀마 군부 및 군부 출신 기업가들이 장악한 옥(玉)과 루비 등 광물 수입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에는 미얀마 군부 소유기업이 관여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국제 금융 기구의 자금 지원을 반대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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