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D-2…여진 우려에 속 타는 수험생·학부모·교사

입력 2017-11-21 19:15
수능 D-2…여진 우려에 속 타는 수험생·학부모·교사

"시험 도중 지진 나면 어떡하나" 수험생 불안

"대피 결정 내리는 상황 안 왔으면…" 감독 교사도 초조

(포항=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막상 시험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니 시험날 지진이 또 발생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포항에 사는 대입 재수생 A(19)씨는 수능 시험이 임박하자 지난 15일 지진 발생 당시 기억이 되살아났다.

학원에서 공부하던 중 건물이 흔들려 혼비백산했기 때문이다.

아직 여진이 계속되는 데다 지난해 경주 지진 1주일 뒤 강한 여진이 발생한 적이 있어 혹시나 하는 우려를 떨쳐버리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설마 그럴 리 있겠나 하며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진 피해가 큰 포항 북구 상당수 수험생은 지진 공포 외에 한가지 부담이 더 생겼다.

고사장 4곳이 남구에 있는 학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포항 수험생 6천98명 가운데 바뀐 시험장으로 가야 하는 수험생은 2천45명이나 된다.

이들은 지각이나 하지 않을지 벌써 걱정이 태산이다.

바뀐 고사장 3곳은 중학교여서 책상과 의자가 신체에 어느 정도 맞을지도 걱정이다.

북구에 사는 수험생 B(18)군은 "원래는 집에서 걸어갈 수 있었는데 고사장이 멀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것 같다"며 "길이 막히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수험생을 둔 한 학부모는 "아이 고사장이 바뀌어서 어쩔 수 없이 자동차로 데려다주기로 했다"며 "시험 당일 아무 일이 없기만 바랄 뿐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교사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시험 감독을 해야 하는 교사들은 지진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어느 정도 진동이 왔을 때 시험을 중단해야 하는지 누구도 자신하지 못한다.

감독교사나 수험생이나 진동을 느끼는 정도가 주관적인 만큼 막상 상황이 발생하면 예상치 못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염려한다.

교육당국이 지진으로 인한 대피 결정을 한 감독관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어린 수험생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여서 이만저만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시험 감독에 나서는 한 교사는 "감독관을 비롯해 고사장에 계신 선생님들과 의사소통하면서 유사시 최선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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