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 세제혜택 축소 추진에 금융업계 반발(종합)

입력 2017-11-22 13:39
연금저축 세제혜택 축소 추진에 금융업계 반발(종합)

은행연합회 등 5개 금융단체 국회에 소득세법 개정안에 반대의견서 제출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연금저축상품의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하려는 국회의 움직임에 전 금융권이 나서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신협중앙회 등 금융 5개 단체는 최근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에 반대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연금저축계좌의 세액공제 한도를 현행 4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퇴직연금과 합산할 경우 세액공제 한도인 700만원은 500만원으로 각각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달 10일 발의돼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서 3차례 논의됐다.

연금저축상품은 은행권에서는 연금저축신탁, 증권업계는 연금저축펀드, 보험업계는 연금저축보험이란 명칭으로 파는 노후 대비 금융상품이다.

연간 400만원 한도로 납입하면 연말정산 시 최대 66만원을 세액공제해주는 '세테크' 상품이기도 하다.

박 의원은 세액공제 혜택이 고소득자에게 편중되는 소득 역진적인 제도라며 세액공제 한도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전체 근로소득자의 61.7%를 차지하는 연간 소득 3천만원 이하 저소득자 가운데 2.0%만이 연금저축계좌의 세액공제를 받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공제세액은 전체 공제세액의 4.1%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전체 근로소득자의 6.2%에 불과한 연간 소득 8천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는 65.7%가 이 제도의 혜택을 받으며 이들에 대한 공제세액은 전체 33.2%를 차지한다.



금융업계는 이와 입장을 달리한다. 우선 이런 통계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개 근로소득자는 시간이 갈수록 연봉이 늘어나므로 가입 당시는 중저소득계층이었다가 가입한 지 십몇 년이 지나면 중고소득층이 된다.

세액공제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된다고 이를 줄이면 연금저축상품을 장기간 가입할 이유가 약해지며 결국은 가입률 자체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논리다.

게다가 현행 세제지원 제도하에서 연금저축으로는 노후 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2015년 기준 연금저축 가입자는 모두 556만5천명으로 근로소득자 3명 중 1명만 가입했다. 1인당 연금 수령액은 월평균 26만원으로,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34만원)을 더하더라도 1인 기준 최소 노후생활비 104만원의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고려하면 공적 연금으로 노후생활을 보장하기에는 국가 재정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금융업계는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지원을 오히려 현재보다 더 늘려 국민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적연금에 대한 세제지원 비율은 15.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23위에 그친다.

일본은 23.8%, 미국은 26.8%, 프랑스는 30.5%, 독일은 26.2%, OECD 평균은 21.5%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연금저축계좌 세액공제는 형평성 제고가 중요한 조세 '지출'이 아니라 투입 대비 효율성이 중요한 조세 '투자'"라며 "현재의 세수를 감소시킬 수 있으나 자발적인 노후준비를 촉진해 미래의 사회보장지출을 감소시킨다는 측면에서 투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현 의원은 이에 대해 "공적 연금이 미비한 이들은 소득분위가 2분위에서 4분위의 서민들로, 연금저축계좌의 세금혜택과 거리가 멀다"며 "이들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두루누리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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