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모르는데…' 고1 아들에 4억 빚 남긴 친아버지
양부모, 시 도움받아 상속·친권 관련 소송 진행 중
(포천=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아기 때 헤어져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가 생전에 진 빚 4억여원을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이 대신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22일 경기도 포천시에 따르면 A군을 4살 때부터 데려와 키운 양부모 B씨는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구상금 4억여원을 강제집행하겠다는 내용의 집행문을 받았다.
집행문은 A군이 친부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진 빚 4억여원을 대신 갚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택시기사였던 A군의 아버지는 2004년 교통 사망사고를 내고 수감생활을 한 뒤 출소,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하다 2015년 병으로 숨졌다.
사고 당시 A군의 아버지를 대신해 피해 보상을 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아들인 A군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것이다.
1억여원에 불과하던 빚은 매년 이자가 불어나 4억여원이 됐다.
2001년에 태어난 A군은 2004년까지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친모는 A군이 태어나자마자 집을 나갔다.
A군은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내 수감생활을 하게 되자 4살 때부터 13년을 B씨의 손에서 자랐다. 아버지와는 2004년 이후 소식이 끊겼다.
A군이 4억여원에 달하는 아버지 빚을 갚지 않기 위해서는 상속을 포기하면 된다.
그러나 B씨는 위탁모 신분으로 후견인 지정이 안 된 상태여서 미성년자인 A군을 대신해 관련 소송을 제기할 수 없었다.
A군의 어머니가 사실혼 관계로 호적에 이름만 올라 있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B씨는 포천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시는 지난 8월 A군 친모에 대한 친권상실선고 심판을 의정부지법에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친모의 친권상실 심판 청구가 받아들여진다 해도 B씨는 법원으로부터 A군에 대한 후견인 지정을 받은 뒤 채권자가 상속받은 재산에 한해 채무 변제를 요구할 수 있는 '상속 한정승인 심판 청구' 소송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포천시 관계자는 "양부모가 도움을 요청해 사연을 알게 됐다"며 "A군과 B씨가 억울하게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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