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늦가을 성수기인데"…일순간 적막강산으로 변한 순천만
작년보다 한 달 빨리 폐쇄돼…장기화 우려
관광객 많은 늦가을에 폐쇄 겹쳐…"가을 특수 끝나"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늦가을이 한창 성수기인데 순천만이 폐쇄돼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네요."
21일 오전 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 인근에서 만난 한 펜션 주인은 취재진을 만나 한숨부터 쉬었다.
전날 늦게 순천만 철새의 분변의 유전자 분석결과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판명되면서 이날부터 순천만습지는 전면 폐쇄됐다.
평소 같으면 대형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분주했던 순천만 주차장은 텅 비어 을씨년스러웠다.
대형 철새 조형물로 장식된 정문에는 철제 바리케이드가 쳐졌고 출입통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폐쇄 소식을 못 듣고 순천만을 찾은 일부 관광객은 직원의 설명을 듣고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작업 차량 등이 드나들던 입구 2곳도 순천시 직원이 차량 등으로 막고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순천만습지를 관리하는 순천시 순천만보전과 직원 38명은 비상 근무체제에 돌입했다.
3교대로 나눠 24시간 순천만의 출입을 통제할 계획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달 빨리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폐쇄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순천시 공무원 하모(36)씨는 "과거에는 주변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예방 차원에서 순천만을 폐쇄했는데 올해는 여기서 발생해 걱정이다"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계절과 겹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순천만 폐쇄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상인들은 울상이다.
지난 3∼5일 열린 순천만 갈대축제에 10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아 호황을 누린 데다 늦가을이 최대 성수기이기 때문이다.
순천만 인근에는 크고 작은 펜션 111곳과 꼬막 정식 등을 파는 식당 25곳이 성업 중이다.
펜션을 운영하는 김영자(53·여)씨는 "지난 갈대축제 때 어찌나 사람이 많이 왔는지, 수돗물이 안 나올 정도였다"며 "올겨울은 이미 예약은 끝났다고 보면 된다"고 아쉬워했다.
식당 주인 김대권(45)씨는 "올해는 너무 빨리 조류인플루엔자가 찾아와 날이 풀리는 봄까지 기다리려면 폐쇄 기간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평일에도 200여 명 이상, 주말이면 700여 명 이상 찾았는데 가을 특수는 끝난 것 같다"고 한탄했다.
순천시는 순천만 주변 인월동과 대대동 등 2곳에 거점 소독시설을 설치하고 이동 차량에 대해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순천만 인근에는 모두 9개 농가에서 닭과 메추리 등 30만5천 수를 사육하고 있으나 일제 검사 결과 AI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인 순천만은 5.4㎢ 규모의 거대한 갈대밭이 형성돼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 먹황새 등이 찾고 있다.
올해는 오리·기러기류 1만 1천여 마리를 비롯해 두루미류 1천850여 마리 등 1만2천850여 마리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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