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불려야 산다' 美 M&A 폭증…"아마존·넷플릭스 공포 탓"

입력 2017-11-21 11:13
'몸집 불려야 산다' 美 M&A 폭증…"아마존·넷플릭스 공포 탓"

11월 M&A 2천억달러로 역대 2위…IT공룡 영토확장에 기업들 M&A서 활로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의 기업 인수·합병(M&A) 활동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아마존을 비롯한 거대 IT기업들 때문이라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0일 보도했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발표된 M&A 규모는 1조2천2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 투자은행들은 정부의 반독점과 조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가을부터 분위기는 일변했다. 11월에 들어서면서 약 2천억 달러에 이르는 M&A가 성사돼 딜로직이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역대 2번째로 큰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협상을 벌이고 있거나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3건의 M&A는 모두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CVS헬스케어는 이달 중에 미국 굴지의 생명보험 회사인 에트나(Aetna)를 660억 달러에 인수키로 하는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은 아마존이 의약품 유통업에 진출할 가능성이 CVS헬스케어가 인수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9천700여개의 점포망을 통해 보험상품은 물론 아마존이 쉽사리 따라할 수 없는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은 올해 들어서는 대형 M&A 성과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유일한 예외는 지난 8월 아마존이 유기농 식품 체인인 홀푸드를 13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었다.



아마존의 홀푸드 인수는 박한 판매마진에 시달리는 미국 소매업계에 충격을 불러일으켜 투자은행들에는 인수와 관련된 문의가 쇄도했고 타업종에서도 아마존의 다음 목표가 될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조성됐다.

그 후 경계심은 아마존은 물론 페이스북과 구글, 넥플릭스로도 확산됐다. 이런 분위기가 최근 미디어와 헬스케어를 비롯한 기타 업종에서 M&A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AT&T가 타임 워너를 850억 달러에 사들이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랜들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 타임스가 주최한 행사에서 광고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한 페이스북과 구글을 대비하려는 방파제 구축이 그 목적이라고 말했다.

업계 소식통들은 월트 디즈니가 21세기 폭스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부분적으로는 넷플릭스의 성공에 자극받은 것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의 가입자 이탈로 고민하던 디즈니는 스포츠와 영화 콘텐츠 부문에서 2개의 온라인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범할 것이라고 지난 8월 발표하고 향후 넷플릭스에 대한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는 더 많은 콘텐츠와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21세기 폭스에 접근했다. 비록 디즈니와 21세기 폭스의 교섭은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컴캐스트와 버라이즌, 소니 등이 21세기 폭스의 자산에 눈독을 들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최근 M&A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데는 낮은 금리에 회사채를 발행하기가 쉽고 주식 시장의 여건이 좋다는 점도 작용했다. 붐을 이뤘던 2105년 당시처럼 초대형 인수가 추진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이달초 반도체 회사인 브로드컴은 경쟁 반도체 회사인 퀄컴에 인수 의사를 타진하며 1천50억 달러를 제시했다. 퀄컴이 기업 가치를 저평가했다는 이유로 일단 거절하긴 했지만 브로드컴의 뜻대로만 된다면 IT부문에서는 역대 최대의 M&A 기록을 세울 수 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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