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제가 '독'이었나…국립 교통대 총장 선출 '집안싸움'
2013년 구성원 갈등으로 9개월간 총장 공백 사태 재연 조짐
투표권 지분 놓고 줄다리기 "선출 늦춰지면 학생들만 피해"
(충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국립 한국교통대의 후임 총장 임용 후보자 선출 문제가 실타래처럼 꼬여버렸다.
교수와 직원 등 학교 구성원들이 투표 참여 비율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집안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어느 한쪽도 좀처럼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갈등이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2013년 총장 임용 후보자 선출을 놓고 벌어진 학교 구성원간 다툼으로 9개월간 계속됐던 총장 공백 사태가 재연될 조짐이다.
21일 교통대에 따르면 2012년 3월 정부의 대학 선진화 방안에 따라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총장 후보자 임용 선정 방식을 변경, 총장을 선출했다.
교통대는 지난 7월 새로운 총장 선출을 앞두고 기존 간선제 방식이 학내 구성원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에 따라 2012년 이전의 직선제로 돌아가기로 했다.
간선제에선 외부 인사와 교수, 교직원, 학생 등으로 구성된 총장임용추천위원회에서 총장 후보를 선출했다.
직선제는 교직원과 학생, 교수, 조교 등이 모두 총장 선출에 참여한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투표 참여 비율이 문제가 됐다.
2012년 이전 직선제 선출 때는 교수회와 직원단체, 학생 등 구성원들이 협의해 투표 참여 비율을 정하곤 했다.
교수의 표를 100%로 했을 때 직원이나 학생의 표는 얼마로 인정해줄지를 서로 논의해 결정했다.
당시 직원의 표는 16∼18%로 인정됐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올해는 이런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학내 최고 의결기구이자 교수들로 구성된 전교 교수회가 지난 6일 투표 참여 비율을 정하는 규칙을 정하면서다.
전교 교수회는 최근 3년간 직선제로 총장을 뽑았거나 직선제를 추진 중인 국립대들의 사례를 조사, 이를 토대로 구성원 투표 참여 비율을 정한다는 내용의 총장 임용추천 규정 학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른 대학의 직원 표 인정 비율이 10∼12%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직원들 표의 비중을 종전보다 낮추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직원단체들의 설명이다.
이 개정안은 심의위원회와 교무회의, 교수평의회를 거쳐 다시 전교 교수회의 인준을 받으면 효력을 발휘한다.
교통대 직원회와 노조 등 직원 3단체는 총장 임용후보자 선정 절차에 직원단체의 의견이 배제됐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학내 구성원 모두가 평등하게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전교 교수회에 요구했다.
이에 반해 전교 교수회는 전국 국공립대 수준으로 구성원들의 투표 참여 비율을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반박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학 측이 지난 20일 교수와 직원단체, 학생들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렬됐다.
지역사회에선 또다시 총장 선출 파행 사태를 겪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통대는 2013년 총장 임용후보자 선출 과정 당시에도 추천위원회 비율 등을 놓고 구성원간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로 인해 9개월여간 총장 공백 사태가 이어져 각종 교육부 지원사업 선정에서 탈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대학 관계자는 "가뜩이나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볼썽사나운 학내 갈등이 반복되면 그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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