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권운동가 잭슨 목사 "파킨슨병 진단받고 투병 중"

입력 2017-11-21 08:06
美인권운동가 잭슨 목사 "파킨슨병 진단받고 투병 중"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1980년대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제시 잭슨 목사(76)가 신경계 퇴행성 질환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사실을 공개했다.

20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잭슨 목사는 지난 주말 친구와 지지자들에게 띄운 공개편지로 "3년 전부터 파킨슨병 징후를 감지했고, 최근 병원에서 확진을 받았다"고 밝혔다.

잭슨 목사는 글머리에서 "1960년 7월 17일 7명의 대학동료와 함께 내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 그린빌의 공공도서관 앞에서 (흑인도) 도서관을 이용할 권리를 달라고 시위하다 난생 처음 경찰에 체포됐다. 내 일생을 바꿔놓은 이 일이 마치 어제 일만 같다"며 "그 경험을 통해 나는 옳은 이유로 투옥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회고했다.

올해 만 76세인 그는 "일상적으로 해왔던 일들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선친도 앓았던 질병 파킨슨병 증상이 점차 악화돼 심신이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확진이 '대외활동 중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병세 악화를 막기 위해 생활습관을 바꾸고 물리치료를 열심히 받으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겠다"며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북돋워 주고, 민주주의 확산을 위해 노력하며, 무고한 수감자들을 석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평생 해온 일들을 꾸준히 지원하면서 회고록 집필에 열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매년 6만 명이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전 세계적으로 700~1천만 명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사실을 전하면서 "파킨슨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잭슨 목사는 20대 중반이던 1966년 시카고로 이주해 목사 안수를 받고, 흑인 인권운동 조직화에 투신했다.

그는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위한 민주당 경선에 처음 출마했으나 월터 먼데일(89), 게리 하트(80)에 이은 3위에 그쳤고, 1988년 재도전해 30%에 달하는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마이클 듀카키스(84)에게 패했다.

1980년대 이후 '미국 흑인들에게 가장 신망받는 흑인 지도자'로 손꼽혀온 잭슨 목사는 시리아 미군 포로 석방과 쿠바 정치범 석방, 유고군에 생포됐던 미군 포로 석방 등에 주요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는 1971년 '전미유색인종연합'(Rainbow PUSH Coalition)을 창설했고,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워싱턴DC를 대표하는 형식상의 연방상원의원(shadow U.S. Senator)을 지냈다.

그러나 2001년 여성보좌관과 사이에 혼외자녀를 둔 사실을 고백하고, 흑인 고용을 문제 삼아 불매운동을 벌이던 대형 맥주 회사로부터 대리점 운영권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업적이 퇴색됐다. 2010년대 들면서 일부 언론은 잭슨 목사에게 "시대에 뒤떨어진 인종주의를 지나치게 이용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잭슨 목사의 큰아들 제시 잭슨 주니어(52)는 아버지의 후광에 힘입어 연방하원 10선(일리노이·민주) 고지까지 올랐으나, 지난 2012년 선거자금 유용혐의로 기소돼 30개월 징역형을 살았다. 큰며느리 샌디 잭슨(54)도 유사 혐의로 시카고 시의원 자리에서 퇴출당하고 실형을 산 후 이혼하는 등 잭슨 가문은 시련을 거쳤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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