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겨울 길목 엄습한 AI, 초동방역이 성패 가른다

입력 2017-11-20 19:26
[연합시론] 겨울 길목 엄습한 AI, 초동방역이 성패 가른다

(서울=연합뉴스) 전북 고창군 흥덕면 육용 오리 농가에서 검출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19일 최종 확인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농가에서 전날 검출된 AI 바이러스를 정밀검사한 결과 고병원성 H5N6형으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H5N6형 바이러스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국을 휩쓸며 3천787만 마리의 가금류를 폐사시킨 바이러스와 동일한 유형으로, 다른 유형에 비해 전파속도가 빠르고 감염됐을 때 치사율도 높다. 축산기업 '참프레' 계열농가로 1만2천여 마리의 육용 오리를 사육하던 해당 농가의 오리는 모두 살처분됐다. 가금사육농가에서 고병원성 AI가 검출된 것은 올겨울 들어 처음이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AI가 확산하면 막대한 유무형의 피해가 예상돼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농식품부는 고병원성 AI가 확진되자 즉각 AI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높였다. 전국 가금사육 농가에는 48시간 이동중지명령을 내리고 이 기간에 가금농가 시설과 관련 차량에 일제 소독을 하도록 했다. 고창군의 모든 가금사육 농장과 종사자에 대해서는 '7일간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전통시장에서 병아리 판매도 금지된다. 오리는 특별방역 기간으로 설정된 지난달부터 이미 전통시장 판매가 금지된 상태다. 이낙연 총리는 20일 AI 상황점검·대책 긴급회의를 열어 "방역은 초동과 현장이 중요하다. 초동방역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신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AI 조기종식에 초동방역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지금까지 경험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지난해 겨울 AI가 사상 최대 피해를 낸 것도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당국이 초동방역에 실패한 탓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초동방역이 잘 이루어진 올해 6월 AI는 조기에 종식됐다.

이번 고병원성 AI는 이미 방역망을 넘어갔을 수도 있다. 전남 순천만 야생조류에서 검출된 AI 바이러스가 20일 고병원성 H5N6형 바이러스로 추가 확진됐다. 순천만은 21일부터 출입이 금지되고, 반경 10㎞ 이내에선 방역도 강화된다. 경기 안성천에서 채취된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H5형 항원이 확인된 상태다. 만약 이들 지역 인근 농가 등에서 AI가 추가로 발생하면 이미 초기방역에 구멍이 뚫렸을 수도 있다. 이번 AI는 국가적 대사인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발생해 특히 걱정스럽다. 조기 종식에 실패하면 평창올림픽 흥행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철저한 역학조사와 물샐틈없는 초동방역으로 AI가 더 퍼지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AI는 국내에서 2003년에 처음 발생했지만 2014년부터는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주로 날씨가 추운 11∼12월에 엄습하지만 2008년, 2014년, 2015년에는 봄·가을에 퍼졌다. 올해도 초여름인 6월에 발생해 일각에서는 AI가 토착화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총리도 강조했듯이 '초동방역'이다. 초동방역은 충분한 방역인력을 확보해야 성공할 수 있다. 정부는 가축방역관을 모집하고 있으나 정원 미달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AI 발생지역인 전북은 올해 44명 모집에 35명이, 전남은 72명 모집에 34명이 지원했다. 방역관은 이동통제, 역학조사, 살처분 등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대우가 좋지 않고 잘못하면 책임만 지는 자리라는 인식이 퍼져 지원자가 많지 않다. 정부는 차제에 방역관 등 필수인력 확보, 가축 살처분의 적정수준 관리 등 근본적 대책을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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