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젊은 선수 희망 발견…AG부터는 최강 전력"
"한국 투수 제구력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책 필요"
"APBC 대표팀 분위기는 정말 좋아…선수들에게 고맙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3경기 치렀는데 이렇게 지치네요."
'국보 투수'로 군림했던 선동열(54) 감독에게도 국가대표 사령탑이 안긴 무게는 상당했다.
만 24세 이하를 주축으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17을 치르고 20일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한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으로) 코나미컵을 치를 때와는 부담감이 완전히 다르다. 잠시 쉬고, 다시 대표팀 고민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14일 결전지 일본으로 떠난 한국 대표팀은 16일 일본과 개막전에서 7-8로 역전패했고, 17일 대만을 상대로는 1-0으로 승리했다.
2위로 결승전에 오른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 경기에서 0-7로 완패했다.
선 감독은 "성인 대표팀에 처음 뽑힌 선수들이 대부분이라서 기가 죽어 있을까 걱정했는데 16일, 17일 경기를 정말 잘 치렀다. 또래 선수들이 뭉쳐 정말 좋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떠올리며 "그런데 결승전, 그것도 한일전을 다시 치를 때는 선수들의 확실히 부담을 느낀 것 같다. 결승전에서 너무 허무하게 패해 팬들께 죄송하다"고 사과도 했다.
일본과 대만은 이번 대회에 와일드카드 3명을 포함했다. 하지만 선 감독은 만 24세 이하와 프로 3년 차 이하 선수로만 대표팀을 구성했다.
선 감독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목표는 가능성 있는 젊은 선수들에게 국제 대회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었다. 상대도 젊은 선수가 주축이긴 했지만, 일본·대만 선수들과 경쟁하며 우리 선수들이 얻은 게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성인 대표팀에서 활약할 재목도 발견했다"고 이번 대회의 의의를 설명했다.
하지만 한계도 느꼈다.
선 감독은 "확실히 투수력에서는 우리가 일본에 밀린다. 특히 변화구 제구력에서는 일본이 몇 수 위"라고 인정하며 "이미 성인이 된 선수들을 크게 바꾸기는 어렵다. 일본 야구를 넘어서려면 유소년 야구부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최근 국제대회에서 한국 야구가 실패하는 이유도 투수들의 정교함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하며 "야구인들이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PBC는 친선전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이제 선 감독은 '승패'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2018년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 12, 2020년 도쿄 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를 치른다.
일단 최상의 전력을 꾸려야 한다.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부터는 승리가 중요하다. 세대교체도 중요하지만, 대회가 열리는 시점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를 뽑아 최상의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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