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붕괴 생존자 구조 골든타임 지킨다…인명구조 신기술 개발(종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개발 성공…지진 등 붕괴현장에 적용 기대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포항 지진으로 재난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붕괴된 건물에서 일주일 내 생존자를 구조할 수 있는 신기술이 개발돼 눈길을 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반연구소 이주형 박사 연구팀이 대형 빌딩과 지하철, 터널 등의 붕괴로 지하층에 고립된 인명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구할 수 있는 핵심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드론·공간정보·정밀굴착·굴진(掘進) 관리기술 등 건설연이 보유한 첨단 기술을 활용해 1차적으로 매몰자 생존 골든타임인 초기 72시간 이내에 안전·생명선을 확보하고 일주일 내에 최종 구조하는 기술이다.
사고 발생 시 우선 드론으로 현장을 탐색하면서 3차원 건물붕괴 형상 정보를 취득하고서 무선통신 매몰자 위치 탐지기술을 활용해 12시간 내에 매몰자의 위치를 추정해낸다.
이때 매몰자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야 한다.
드론이 와이파이 수신장치를 통해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스마트폰의 위치를 추적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의 와이파이가 꺼져 있어도 원격에서 켤 수 있다.
위치 오차는 3~5m 가량이다. 스마트폰이 여러 대 모여 있으면 신호 강도는 더 높아져 위치 파악이 쉬워진다.
이후 사고 후 72시간 이내에 정밀 굴착기술과 철근 콘크리트 벽체 관통기술 등으로 100㎜ 크기의 공기·물·통신선으로 구성된 1차 생명선을 설치한다.
굴착은 잔해를 직접 뚫는 것이 아니라 인근 지반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이 기술은 지표면 위에 있는 건물 잔해가 아니라 지하층에 매몰된 생존자를 구조하는 데 적합하다고 건설연은 설명했다.
그다음 생존자 운반에 필요한 대형 장비를 매몰지점으로 투입하는 통로인 직경 1천㎜ 내외의 2차 생명선을 구축하고, 마지막으로 사고 발생 7일 이내에 매몰 공동(空洞)을 안정화하고 생존자를 구조하게 된다.
건설연은 경기도 연천 사회간접자본(SOC) 실증연구센터에 실제 토공 붕괴현장과 유사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최근 기술의 실효성을 검증했다.
이 기술은 소방청 등과의 의견수렴을 거쳐 실제 재난 현장에서 활용될 예정이다.
이주형 연구위원은 "이 기술을 통해 붕괴현장의 인명손실을 30% 이상 낮추고 구호비용도 20%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드릴링을 통한 구조기술 자체는 2010년 칠레 광산 매몰사고 등에서 개념적으로 선보인 바 있으나 각종 지장물이 많고 구조적으로도 복잡한 건물 및 시설물 붕괴사고에 대한 첨단 구조기술이 개발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다고 건설연은 설명했다.
이 기술은 지진으로 인한 붕괴 현장은 물론 신축공사 중 혹은 노후 건물 철거 중 붕괴사고 등에도 적극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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