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쇼트트랙, '中 나쁜 손'과의 질긴 악연…평창 경계 1순위
월드컵 4차 여자 계주 결승서 중국 충돌 후 넘어져 우승 실패
'반칙왕' 판커신 등 중국 선수들과 악연 깊어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한국 쇼트트랙이 또다시 중국과의 악연으로 눈물을 삼켰다.
지난 19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끝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5,000m 결승에서 우리 대표팀은 중국 선수와 충돌하면서 넘어져 우승을 놓쳤다.
이날 7바퀴를 남기고 선두를 달리던 여자 대표팀은 최민정(성남시청)이 교대를 위해 밀어주는 과정에서 넘어지며 삐끗해 뒤따라오던 중국에 선두를 빼앗겼다.
다음 주자였던 김예진(평촌고)은 아웃코스로 추월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궈이한과 부딪쳐 넘어지고 말았다.
다음 주자들이 급히 따라붙어 봤지만 남은 바퀴가 너무 적었고 결국 네 팀 가운데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다행히 중국 선수가 페널티로 실격 처리되면서 우리가 동메달을 거머쥐게 됐지만 다 잡은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우리 쇼트트랙 대표팀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중국 선수들과 길고도 질긴 악연이 있다.
경기 중 몸싸움과 그로 인한 실격, 이를 둘러싼 판정논란이 드물지 않은 쇼트트랙이지만 우리 대표팀은 유독 중국 선수들과 얽히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선수와의 충돌 이후 페이스를 잃고 다 잡은 메달을 놓치기도 했고,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우리가 실격되기도 했다.
특히 현재 중국 여자 대표팀의 판커신은 '반칙왕'이라는 악명이 붙을 정도로 우리 선수들을 겨냥한 노골적인 반칙으로 빈축을 샀다.
지난달 네덜란드에서 열린 2차 월드컵에선 500m 준결승에서 최민정이 판커신과 충돌한 후 균형을 잃고 3위로 통과했다.
당시 추월을 시도하던 판커신이 최민정을 밀친 건이 화면에 잡혔으나 오히려 최민정이 실격 처리됐다.
앞서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는 500m 결승에서 심석희가 판커신과 충돌 후 속도가 떨어지며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비디오 판독 후 심석희와 판커신이 나란히 실격됐다.
당시에도 중계 화면에는 판커신이 왼손으로 심석희의 무릎 부근을 잡는 장면이 그대로 잡혔다.
판커신이 '반칙왕'의 오명을 처음 얻게 된 것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이었다.
여자 쇼트트랙 1,000m 결승에서 판커신이 앞서 달리던 박승희(스포츠토토)의 옷을 잡아채려는 듯한 팔 동작이 화면에 잡혔다.
다행히 판커신의 손이 박승희에 미치지 못해 '헛손질'에 그쳤지만 "중심을 잃어서 그랬다"는 판커신의 해명은 한국 팬뿐만 아니라 중국 팬들에게도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판커신은 이번 4차 월드컵 대회에서도 500m 준준결승에서 네덜란드 선수의 몸을 잡았다가 실격된 데 이어 1,000m 준준결승에서도 카자흐스탄 선수를 밀쳐 이틀 연속 실격으로 '반칙왕'의 명성을 이어갔다.
판커신 이전에 한국 선수들과 유난히 자주 얽혔던 중국 선수는 왕멍이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여자 1,500m 결승에서 진선유와 최은경에 이어 3위로 골인한 변천사는 경기 이후 왕멍을 밀쳤다는 판정에 따라 왕멍에 동메달을 내줘야 했다.
변천사는 이듬해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1,500m 결승에서 다시 한 번 왕멍과의 충돌 후 실격돼 동메달을 놓쳤다.
이 대회에서는 당시 우리 대표팀이던 안현수(러시아)가 500m 결승에서 중국의 리예를 추월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 처리돼 편파판정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는 여자 3,000m 계주에서 한국 선수들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경기 이후 실격판정에 따라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다.
올림픽 계주 5연패에 도전했던 한국 여자 대표팀은 석연치 않은 판정에 눈물을 쏟아냈다.
이에 앞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중국 남자 대표팀의 리쟈준이 김동성의 무릎을 잡아채는 장면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내년 2월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쇼트트랙 대표팀이 '효자 종목'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선 중국 선수들의 '나쁜 손'을 반드시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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