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가 재난 시 정치인 발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입력 2017-11-19 18:01
[연합시론] 국가 재난 시 정치인 발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서울=연합뉴스) "포항지진은 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주는 준엄한 경고"라는 자유한국당 류여해 최고위원의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류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포항지진을 놓고 "하늘이 문재인 정부에 주는 준엄한 경고, 천심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결코 이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 작업과 인사논란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다. 류 최고위원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누리꾼 사이에서는 "포항시민이 천벌을 받았다는 것이냐" "국민의 아픔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 등의 비판 여론이 일었다. 그러자 류 최고위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누군가가 왜곡했다"며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18일 현근택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비난이 쏟아지자 '천벌'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변명하고 있다"며 류 최고위원에게 최고위원직 사퇴와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류 최고위원은 거듭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대통령이 재난 현장(포항)에 가지 않고 있는 것부터 지적하는 자기반성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19일 "포항 지진조차 정쟁에 이용하려는 자유한국당의 한심스러운 작태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경위야 어쨌든 천재지변인 포항지진을 "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주는 경고이자 천심"이라고 한 것은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이다. 포항지진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소재로 활용하려는 정략적 발언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정치인은 말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표출하고 말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거나 비판을 받는다. 따라서 정치인은 자신의 말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의 말이 몰고 올 파장을 생각해 신중하게 발언해야 한다. 더구나 지진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맞은 상황에서 정치인의 말은 신중해야 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빚을 가능성이 있는 말은 삼가야 한다. 가볍게 던진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이재민에게는 가슴을 찌르는 비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포항에선 지난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19일 오후 2시까지 모두 56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수많은 이재민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우며 여진의 공포와 싸우고 있다. 정부는 19일 합동 브리핑을 통해 지진 피해자들에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160채를 무료로 지원해 주기로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조만간 포항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정한다고 한다. 또 수능 시험장으로 지정된 포항의 14개교 가운데 안전에 문제가 있는 시험장 4개교를 다른 시험장으로 대체할지를 20일 발표할 예정이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만큼 조속한 피해 극복을 위해 모든 정부 부처와 기관이 협조체제를 갖춰 일사불란한 지원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이재민 주거대책과 수능시험 대책뿐 아니라 부상자 치료 및 이재민 심리 치료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또 정파를 떠나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도 지난 16일 포항지진 피해 대피소가 마련된 흥해 체육관을 찾아 "재난에는 여야가 없다"면서 초당적인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한국당 류 최고위원도 SNS를 통해 거듭 발언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논란을 키울 것이 아니라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민주당도 류 최고위원의 발언을 한국당의 공식 입장으로 단정하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파상공세를 펴는 것은 집권당답지 못하다. 큰 재난을 당한 국민을 생각해 모두 자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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