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무가베, 집권당서 쫓겨나…"20일까지 안물러나면 탄핵"(종합2보)
그레이스 여사도 당에서 제명…집권당·군부·야권 퇴진 압박 강화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집권당에서 복권…내년 대선 후보로 나설 듯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가택연금 상태인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가운데 짐바브웨 집권당은 물론 야권과 군부도 그의 퇴진 압박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AP,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집권여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은 무가베 대통령에게 오는 20일까지 퇴진하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패트릭 치나마사 짐바브웨 사이버안보장관은 이날 현지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무가베 대통령을 겨냥, "20일 정오까지 퇴진할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며 "그렇지 않으면 탄핵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짐바브웨의 주요 야당인 민주변화동맹(MDC) 의원 이노슨트 고네세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짐바브웨 의회는 반드시 무가베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ZANU-PF과 탄핵안을 논의 중이라며 "무가베가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 절차는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가베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짐바브웨 의회에서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의회 양원의 다수당인 ZANU-PF는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 지지세력과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여사를 지지하는 파벌 'G40'으로 나뉜 상태다.
MDC는 과거 무가베 대통령 탄핵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집권당 내에서도 무가베에 반대하고 있어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의원들이 논의 중인 탄핵 사유는 무가베 가족의 재산 축적, 측근 부패와 권력 남용, 경제 파탄 등이다.
이런 가운데 무가베 대통령은 이날 ZANU-PF에서 당대표 직위를 박탈당했다.
ZANU-PF는 긴급 중앙 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하는 한편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복권했다. 음난가그와는 집권당의 새로운 당대표 후보로도 지명됐다.
이에 따라 음난가그와는 2018년 예정된 대선에서 집권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됐다.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여사도 이날 집권당에서 제명된 동시에 ZANU-PF의 산하조직 '여성연맹'의 수장 자리에서도 쫓겨났다.
ZANU-PF 산하조직 가운데 영향력이 강한 청년연맹은 공식 성명을 내고 무가베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그레이스 여사의 집권당 퇴출을 촉구했다.
짐바브웨 독립전쟁 참전 베테랑 용사인 크리스 무츠방와는 "무가베의 퇴진을 위한 협상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다"며 "그(무가베)는 가능하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 한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짐바브웨 군부도 탄핵 카드 등으로 무가베 대통령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군 수뇌부는 이날 무가베 대통령과 다시 만나 퇴진을 더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dpa통신은 전했다.
무가베 대통령의 퇴진 촉구 목소리는 독재식 통치와 고령의 나이, 정권 부패, 경제 악화, 부인에게 권력 이양 움직임 등이 맞물리면서 짐바브웨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나오고 있다.
그가 37년째 권좌를 지키는 동안 짐바브웨 정부는 부패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고 국가 경제 규모는 2000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또 그가 올해 들어 그레이스 여사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면서 최근 군부 쿠데타를 촉발하기도 했다.
짐바브웨에서는 지난 15일 군부가 정부를 장악한 이후 야권과 시민 등이 거리로 나와 가택연금 상태인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은 지금까지 하야를 거부하며 버티는 중이다.
무가베 대통령은 전날 대학 졸업식에서 개회선언을 하며, 가택연금 후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인 그레이스 여사의 모습은 노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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