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순방 이어 우즈벡정상 국빈방한…'균형외교' 본궤도

입력 2017-11-19 11:02
동남아순방 이어 우즈벡정상 국빈방한…'균형외교' 본궤도

국회연설 이례적…"말뿐이 아닌 실제 균형외교 행보"

동남아 이어 중앙亞로 외교지평 확대…'경제적 영토' 확장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주변 4강(强) 중심이라는 전통적 외교의 틀을 탈피한 이른바 '균형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청와대는 17일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22일부터 나흘간 국빈 방한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끝낸 지 불과 이틀 만에 중앙아시아의 핵심국가 정상과의 정상외교 일정을 공개한 것이다.

특히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을 국빈 방한이라는 '최고의 격식'으로 예우하면서 정상외교 다변화가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4강 중심 외교 탈피를 우리 외교가 가야 할 길임을 역설했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누차 이를 강조해왔다.

한반도의 정치·외교적 지형을 감안하면 미국·중국이라는 G2(주요 2개국)를 핵심으로 일본·러시아가 그 누구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는 이를 인정해 가면서도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키우고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여타 지역과의 관계 수준 역시 이들 4강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데 그 방점이 있다.

이는 4강 외교에만 매몰된 정부 부처를 향한 일종의 시그널로도 볼 수 있다.

그 균형외교의 본격화가 바로 지난 8∼15일 동남아 순방이었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의 '맹주'격인 인도네시아를 국빈방문해 역대 처음으로 동남아 국가와의 공동비전 성명을 채택하며 양국 관계를 '특별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아세안+3 정상회의 및 EAS(동아시아정상회의) 등 다자 정상외교 차원의 방문이었지만 베트남·필리핀·싱가포르와도 정상회담을 하는 등 동남아 지역 국가와의 유대를 통한 활로 확대를 모색했다.

이번 순방의 핵심 키워드였던 신(新)남방정책을 9월 러시아 방문 때 천명한 신북방정책과 동렬에 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에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정상 국빈 초청은 예고된 수순이기도 하지만 향후 균형외교의 풍향계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정상 초청은 동남아에서 첫발을 뗀 균형외교를 중앙아시아로 확장해 나간다는 의미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적지 않은 인구로 인한 무궁무진한 경제적 잠재성은 물론 유럽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때문에 우리나라의 공략 지점이 될 수 있다.

외교 다변화를 통해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지만,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더욱 공고화할 수 있다는 데에도 의미가 작지 않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국회 연설이 예정된 점도 눈에 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 국회 연설을 한 지 불과 보름 만이다.

우리의 최대 우방인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24년 만일 정도로 외국 정상이 여의도 연단에 서는 게 특별한 행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이 국회 연설을 한다는 것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4강 탈피 외교가 가시화화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국회 연설은 균형외교가 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외교 행보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을 살펴보면 동남아 순방으로 본격화한 균형외교가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국빈 방한으로 중앙아시아로의 외교 지평 확대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쳐 4강 탈피 외교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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