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만큼 했다" 짐바브웨, 축제 분위기속 무가베 퇴진 시위(종합)

입력 2017-11-19 04:22
"할 만큼 했다" 짐바브웨, 축제 분위기속 무가베 퇴진 시위(종합)

퇴역군인·시민사회·여당 주도…수도에 수만명 운집해 '하야 임박' 축하

무가베, 시간 끌며 버티기…군부·여당, 압박 계속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짐바브웨에서 군부가 정부를 장악한 후 가택연금 상태인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18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는 오전부터 수만 명이 모여 로버트 무가베(93)에게 퇴진을 요구하고, 독재 종식을 축하했다.

이날 시위는 짐바브웨 재향군인회, 시민사회, 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 주(州)지부를 중심으로 조직됐다.

짐바브웨 군부도 집회를 지지했다.

거리는 무가베의 퇴진을 예상하며, 환영과 축하 분위기로 넘쳐났다.

군중은 "할 만큼 했다. 무가베는 물러나야 한다"고 외치며, 노래와 춤, 휘파람과 경적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당장 짐바브웨를 떠나라'거나, 구찌 브랜드를 애용한 대통령 부인 그레이스를 가리키며 '구찌(Gucci) 거적때기, 짐 싸라'와 같은 문구가 쓰인 포스터가 곳곳에 뿌려졌다.



현지 유력 일간지 1면에는 '궁지에 몰린 무가베'라는 헤드라인으로 그의 퇴진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실렸다.

쿠데타를 이끈 군부 수장 콘스탄틴 치웬가와 최근 경질된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75)을 응원하는 포스터를 든 이들도 곳곳에 보였다.

행진에 참가한 시민 프레드 무바이는 AP통신 취재진에 "짐바브웨인들은 오랫동안 고생했고 이제 마침내 기쁨이 왔다"면서 "오늘은 크리스마스 같다"고 말했다.

시위가 드문 짐바브웨에서 이러한 대규모 시위는 이례적인 일이다.

일몰이 가까워질 무렵 일부 시위대는 '파란 지붕', 즉 대통령 관저로 행진을 시도했다.

군부는 그러나 시위가 과격해질 것을 우려, 행렬을 차단했다.



군부는 이달 15일 새벽 주요 시설을 장악한 후 국영방송을 통해 "대통령 주변의 범죄자를 겨냥해 작전에 나섰다"고 발표하고, 쿠데타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37년 절대 권력을 누린 무가베 대통령은 관저에 연금됐다.

여당은 무가베 대통령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과 무가베 대통령의 퇴진, 탄핵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장기간 무가베 대통령의 이인자 역할을 한 '혁명동지'이나, 대통령직 부부승계를 노린 그레이스 여사와 권력투쟁 구도 속에 이달 6일 경질돼 국외로 도피했다.

군부의 신임을 받는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쿠데타로 무가베 대통령이 가택연금 된 후 귀국했다고 전해졌다.



무가베 대통령은 이날까지도 하야를 거부하며 버텼다.

무가베 대통령은 전날 대학 졸업식에서 개회선언을 하며, 가택연금 후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부인 그레이스 여사의 모습은 노출되지 않았다.

조카인 패트릭 주와오는 외신에 "무가베 대통령과 그레이스 여사는 옳은 일을 위해 기꺼이 죽을 것"이라면서, 스스로 물러나 쿠데타를 정당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와 여당은 탄핵 카드 등으로 무가베 대통령을 계속 압박할 계획이다.

국영 ZBC 방송은 이날 오후, 19일 무가베 대통령이 군 수뇌부를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여당은 중앙위원회를 소집, 무가베를 당대표직에서 해임하는 제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여당 의원이 전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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