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TV, 재정난으로 내년 TV프로그램 70% 폐지 위기
프로그램 축소로 비정규직 인력 270명 감축 불가피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해온 공영방송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이 재정난으로 현재 방송 중인 TV 프로그램의 70% 이상을 폐지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19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아리랑TV에 따르면, 아리랑TV의 내년도 예산안은 현재 505억원으로, 올해 예산 584억원보다 79억원(13.5%) 감소했다.
이는 아리랑TV를 운영하는 국제방송교류재단 출연금이 바닥나 내년부터는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데다, 정부 방침으로 예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금마저 37억원(10.0%) 줄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TV 프로그램 제작비 예산의 대폭 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리랑TV는 이에 맞춰 내년부터 현재 방송 중인 38개 TV 프로그램 가운데 70%가 넘는 27개를 폐지하고 11개만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영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현재 9개의 뉴스 프로그램 중 3개만 남게 되고, 교양 프로그램은 24개 가운데 6개만 운영된다.
TV 프로그램들이 폐지되면 PD, 작가, 카메라, 리포터 등 비정규직 제작 인력도 감축해야 한다. 아리랑TV는 현재 총 310여 명의 프리랜서 및 파견직 인력 가운데 270명과의 고용계약을 해지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TV 프로그램이 줄어들면 국가별로 요구하는 본방송 비율과 다언어(6개 국어) 서비스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게 돼 해외 현지 케이블TV 방송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크다.
아리랑TV는 현재 전 세계 105개국 1억3천800만 가구를 대상으로 방송하고 있다.
아리랑TV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여 년간 구축해온 해외 채널배급 네트워크가 무너지고 국제방송으로서의 신뢰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방송의 품질 저하와 우수 인력 유출로 인한 국내외 경쟁력 저하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아리랑TV는 세계화 시대에 부응한 국제방송을 목표로 국제방송교류재단이 출범한 이듬해인 1997년 첫 방송을 시작했다. 국제방송교류재단은 설립 당시 마련한 700억원 규모 출연금의 이자와 방송발전기금 지원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저금리로 인해 2004년부터 출연금 원금을 까먹기 시작했고 올해로 출연금이 모두 바닥났다.
주무 부처인 문체부는 아리랑TV의 경영 파행을 막기 위해 108억원의 예산을 일반회계로 신규 편성해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동의와 국회 승인이 필요하다.
기재부는 앞서 KBS, EBS, 국악방송과 함께 아리랑TV에 대한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금을 일괄 10% 삭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일반회계로 추가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선 기금 사업을 국고 사업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협의 과정이 쉽지 않다"며 "하지만 국가마다 앞다퉈 해외 홍보 기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아리랑TV 방송 파행은 막아야 하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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