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찬 KB손보 감독 "우리 많이 바뀌지 않았나요?"

입력 2017-11-17 22:21
권순찬 KB손보 감독 "우리 많이 바뀌지 않았나요?"

만년 하위권서 탈출해 삼성화재와 양강체제 구축

체질 개선 감독 의지+선수들 자발적 훈련+구단 지원 삼박자 '척척'

(인천=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17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2로 힘겹게 따돌린 뒤 인터뷰에 응하던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이 느닷없이 "우리 많이 바뀌지 않았느냐"고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환골탈태했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들을 테지만, 감독이 직접 얘기할 정도로 KB손보가 많이 변하긴 변했다.

전신 LIG손보 시절을 포함해 KB손보는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못지않게 늘 최강의 전력을 꾸리고도 좀처럼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팀이 이번 시즌 확 바뀌었다.

이날까지 9경기를 치른 현재 6승 3패, 승점 1을 쌓아 선두 삼성화재(승점 17)를 바짝 쫓았다. 삼성화재와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올해 프로배구 남자부에서 최대 복병으로 자리매김했다.

권 감독도 팀의 변화에 자신감을 느끼는 듯했다.

KB손보는 이날 대한항공(24개)보다 많은 범실 35개를 남기고도 마지막에 웃었다.

권 감독은 "늘 우리 팀에 범실이 많은 편"이라면서도 "선수들에게 겁내지 말고 자신 있게 하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범실이 나와도 개의치 않고 강서브로 상대를 밀어붙이는 권 감독의 스타일은 배구판의 '닥공'(닥치고 공격의 준말)으로 통한다.

권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책임감 있게 해주는 모습에 너무 고맙다"면서 "작전 타임 때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이 정도는 뒤집을 수 있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면서 달라진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KB손보 코치를 거쳐 이번 시즌 사령탑에 오른 권 감독은 패배주의에 빠진 팀의 체질 개선을 취임 목표로 밝혔다.

자신감 넘치게 밀어붙이는 권 감독 스타일에 선수들도 이른 시간에 싸움을 즐기는 전사들로 변모했다.

평소 점심 후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야간 운동 시간을 늘리는 등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땀을 흘린다.

이런 선수들에게 권 감독은 "대단하고 고맙다"고 했다. 차근차근 새로운 스타일을 접목하는 권 감독에게 선수들도 반신반의하다가 이제는 확실한 지지자로 돌아섰다.

올해 KB손보가 한 세트도 따지 못하고 패한 경기는 없다. 지더라도 풀 세트에 가서 졌고, 이길 때는 화끈하게 이겼다.

권 감독은 "박빙 승부를 많이 하다 보니 선수들의 자신감도 늘어난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내 의욕과 선수들의 자발적인 훈련,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전력 질주하겠다고 약속했다.

cany99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