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는 차이와 차별 동일시하는 집단…사라지지 않을 것"

입력 2017-11-18 11:00
수정 2017-11-18 11:05
"극우는 차이와 차별 동일시하는 집단…사라지지 않을 것"

'유럽의 극우파들' 번역·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 5월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34%를 득표했다. 2002년 마린 르펜의 아버지인 장 마리 르펜이 대선 결선 투표에서 얻은 17.8%의 두 배 가까운 득표율이었다.

'톨레랑스'(관용)를 중시하는 프랑스에서 불과 15년 사이에 극우파를 지지하는 국민이 급증하자 많은 사람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런데 극우 정치에 대한 선호도 증가는 비단 프랑스에서만 확인되는 현상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이 9월 총선에서 원내 진출에 처음으로 성공했고, 10월에 진행된 오스트리아 총선에서는 극우 공약을 내놓은 자유당이 3위에 올라 제1당인 국민당과 연정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극우주의와 프랑스 국민전선을 연구해온 장 이브 카뮈와 니콜라 르부르는 신간 '유럽의 극우파들'에서 유럽의 극우가 최근 발현한 정파라는 시각을 부정하고, 그 연원을 1789년 프랑스혁명에서 찾는다. 프랑스혁명으로 조직된 제헌의회에서 가장 우익적인 성향을 지녔던 혁명 반대파들이 극우의 뿌리라는 것이다.

유럽의 극우는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파시즘으로 나타났고, 석유파동을 겪은 뒤에는 인종주의와 국수주의를 신봉하는 스킨헤드로 변형돼 출현했다.

저자들은 '차이'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는 성향이 극우파의 특징이라고 본다. 자신과 국가, 인종, 문화, 종교가 다른 것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보인다는 것이다.

차이로 인해 공동체의 동질성이 파괴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이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한다. 또 차이와 차별을 동일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한편으로, 폐쇄된 사회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문제는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극우 세력이 폐쇄성을 향한 욕구를 키운다는 사실이다. 경제 위기, 전쟁과 테러가 일어나면 극우는 기독교를 믿지 않고 백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화살을 돌리면서 사회의 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같은 극우의 이념을 '세계화에 저항하는 반세계화적 성향'이라고 규정하면서 다른 정당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극우정당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유럽의 극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으리라고 내다본다. 다른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펴면서 생존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 위기가 중첩돼 발생하는 한 극우는 존속할 수밖에 없다면서 "극우주의는 유럽 역사의 한 부분이었으며, 미래에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은정 펠스너 옮김. 한울. 400쪽. 3만8천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