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실' 뉴델리 대기오염 악화일로…외교관들도 짐싼다

입력 2017-11-17 17:18
'가스실' 뉴델리 대기오염 악화일로…외교관들도 짐싼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 수도 뉴델리가 가스실을 방불케 하는 지독한 대기오염 때문에 주재하는 각국 외교관들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동요하고 있다.



17일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최근 마리엘라 크루즈 알바레스 주인도 코스트리카 대사가 뉴델리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토로하며 블로그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그는 코스타리카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한 나쁜 공기를 뉴델리에서 들이마셨다면서 몸이 아파 방 바깥으로 나갈 힘도 없는데 어떻게 외교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는 등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자신을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라고 부르며 "인도에서 얻은 기관지염으로 기침하며 이 글을 쓴다"고 말했다.

한 프랑스 외교관은 대사관은 그래도 공기청정기가 갖춰져 있지 않으냐는 반응에 "외교는 방에 앉아서 하는 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야 한다"며 알바레스 대사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이탈리아 대사관은 직원들의 병가가 늘어나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뉴델리 대기오염의 심각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외교관들의 부임 선호도도 떨어지고 있다.

자녀들이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는 한 유럽 외교관은 "1년 반 전에 인도에 오려고 할 때는 인기가 많아 힘든 경쟁 끝에 부임했다"면서 "지금은 더는 못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인도 언론에 말했다.

태국 대사관은 뉴델리를 '험지'로 분류해 직원들에게 건강검진과 본국 방문 기회 등을 더 허용해 달라고 본국에 요청했다.

일부 대사관은 직원들의 근무 기간을 단축하거나 꼭 인도에 두지 않아도 되는 직원을 싱가포르 등 다른 곳으로 배치하는 등 인력 구조 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멜바 프리아 멕시코 대사는 "대기오염에는 응급조치와 장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면서 "뉴델리는 가장 기본적인 응급조치도 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정부 대응을 꼬집었다.

실제 뉴델리 당국은 지난 7일 PM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가 1천㎍/㎥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의 40배가 넘자 시행했던 시내 트럭 진입 금지, 건설공사 중단, 도심 주차료 4배 인상 등 비상조치를 16일 모두 해제했다.

이 지역에 바람이 불면서 PM2.5 농도가 200㎍/㎥ 수준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WHO 기준치 25㎍/㎥의 8배에 해당한다.



하시 바르단 인도 환경부 장관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뉴델리 대기오염으로 연간 수만 명이 사망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사망증명서에도 오염이 사망원인이라고는 적혀 있지 않다"면서 "지금 뉴델리 상황이 1984년 보팔에서 유독가스가 유출돼 수십만 명이 병원에 간 것과 같은 비상 상황은 아니다"고 말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도 주재 외교단 대표를 맡은 프랑크 한스 단넨버그 카스텔라노스 도미니카 대사는 수일 내 인도 외교부를 방문해 외교관들의 고충을 전달하고 인도 정부가 상황 개선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문의하겠다고 밝혔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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