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로봇 현실화할라" 규제 본격논의…해법은 '글쎄'
유엔 첫 회의중…큰 우려에도 미·러 등 강국들 '심드렁'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인공지능(AI) 살해 도구 이른바 '살인로봇'이 곧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사회가 규제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등 세계 무기 강국은 관련 연구와 실험을 계속하고 AI가 오히려 오인공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쉽게 해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부터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회의가 5일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알아서 표적을 정한 뒤 제거하는 살인로봇의 효용이나 부작용 등을 유엔 차원에서 이뤄지는 첫 논의여서 어떤 결론을 낼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인간이 짠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진정한 AI 무기 체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WP는 우리나라 비무장지대(DMZ)에 설치된 감시 로봇이 이론적으로는 사람의 개입 없이 표적을 추적해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몇몇 AI 무기 체계는 현실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킬러로봇을 막을 캠페인'(Campaign to Stop Killer Robots)은 "저비용 센서와 인공지능이 진화를 계속하면 살인로봇의 현실화는 진정한 위험이 된다"고 우려했다.
인공지능 연구에 첨단을 달리는 전문가들도 살인로봇 출현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구급 딥마인드의 무스타파 술레이만 등 관련 기업 대표와 설립자 100여 명이 살인로봇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유엔에 보내는 공개서한에 사인했다.
이들은 범죄자나 불량국가도 살인로봇을 손에 넣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독재자와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가면 무고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무기로 전락하고 살인로봇이 해킹을 당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살인로봇을 금지해야 한다는 제안이 유엔 회원국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세계 무기 강국들은 어떻게 하면 무기를 더 자동화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실험하고 있으며 전쟁에서 AI를 더 확대하는 노력을 지지하는 찬성론자도 있다.
군사 전문가 조슈아 포우스트는 "사람도 완전하지 않아 표적을 오판할 수 있다"면서 "자동 시스템이 진화하면 민간인이 더 잘 보호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에서 당장 살인로봇 규제 방안이나 해법이 도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회의를 주재하는 아만디프 길 인도 군축대사는 "이제 출발선에 섰을 뿐"이라며 "단칼에 금지하는 게 쉬운 처방이지만 매우 복잡한 문제의 결론을 바로 내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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