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날로 강화되는 내진설계 기준…소급 안돼 '한계'
2009년 이후 확산된 도시형 생활주택 등 지진 취약 건축물 '즐비'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다세대주택을 중심으로 적잖은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건축물 내진 설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개정된 건축법령이 시행됨에 따라 신축하는 모든 주택에는 층수와 연면적에 상관없이 내진 설계가 적용돼야 한다.
주택 외 용도 건축물은 내진 설계 연면적 기준이 500㎡에서 200㎡로 내려간다.
국토부는 작년 9월 경주 지진 이후 건축물 내진 설계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은 1988년까지만 해도 연면적 10만㎡ 이상이거나 6층 이상 건축물이었지만 이후 계속 확대돼 작년에는 연면적 500㎡ 이상이거나 3층 이상인 건물로 대상이 넓어졌다.
여기에 경주 지진을 계기로 내진 설계 기준은 더욱 강화됐다.
올해 2월부터는 층수 기준이 2층 이상으로 낮아진 데 이어 다음 달부터는 연면적 기준이 다시 200㎡로 더욱 낮아지고 주택에 대해서는 아예 예외를 없앤 것이다.
이와 함께 7월부터는 공인중개사가 집 계약을 중개할 때 집의 내진 성능을 계약자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과태료 400만원을 물리는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도 시행됐다.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강화된 내진 설계 기준이 소급 적용되지는 않아 2009년 도입돼 급속히 확산된 도시형 생활주택 등 다가구·다세대 주택 중 지진에 취약한 주택이 많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전국의 건축물 중 내진 대상 건축물 273만8천172동 중 내진 성능이 확보된 건축물은 20.6%인 56만3천316동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내진 성능 확보율이 낮은 것은 내진 설계 대상 건축물이 점차 확대되면서 건축 허가를 받을 때에는 내진 설계 대상이 아니었던 건축물이 이후 내진 설계 대상으로 편입됐지만 내진 보강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건축주에게 강화된 기준에 맞게 내진 보강을 하게 하는 의무는 없다.
다만 국토부는 내진 성능 보강이 이뤄지는 건물에 대해 용적률을 최대 10%까지 보장하는 등 건축규제를 풀어주는 식의 인센티브를 통해 내진 보강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건축주가 내진 보강을 하게 만들 정도로 충분한 유인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필로티 구조로 된 빌라 등에서 지진 피해가 많이 발생함에 따라 지진에 취약한 필로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필로티 구조는 지상층에 면한 부분에 기둥과 내력벽 등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체 이외의 외벽이나 설비 등을 설치하지 않고 개방시켜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말한다.
현재 필로티 기둥에 대해 강한 내력을 확보하게 하는 건축 기준은 있지만 필로티 구조 자체에 대해 별도로 내진 설계를 강화하게 하는 규제는 없다.
지자체에서 건축 심의를 하는 지방건축위원회가 구조 심의를 하는 대상은 6층 이상 건물이다.
이는 결국 5층 이하 필로티 구조 빌라는 구조적 안전성이 딱히 점검되지 않는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주차장 면적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건물 입구를 지나치게 한쪽으로 몰아버려 건물의 무게중심이 쏠리게 해 지진에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필로티 구조의 빌라 등 건축물의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방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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