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WHO·WFP, 사우디에 예멘 봉쇄 해제 촉구
"아무 죄 없는 수천명 죽을 수 있다"…국제사회 비판 고조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예멘 반군을 고사시키려는 사우디아라비아 동맹군의 봉쇄 작전 때문에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보건기구(WHO), 세계식량계획(WFP)의 대표들은 16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사우디에 예멘 봉쇄를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사우디는 시아파 후티 반군에 이란이 무기를 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열흘 전 항구와 공항 등을 전격 봉쇄했다.
오랜 내전과 콜레라 사태로 피폐해진 예멘에서는 대다수 국민이 유엔과 구호단체의 지원으로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우디 동맹군이 항구, 공항을 봉쇄하면서 국제 구호단체들의 구호물품 전달도 중단됐다.
제이미 맥골드릭 예멘 주재 유엔 인도지원 조정관은 이달 14일 전화 브리핑에서 "700만 명이 기아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들은 전적으로 외부의 식량 지원에 목숨을 의존하고 있다"며 봉쇄 해제를 촉구했다.
유엔 산하 기구 3곳이 합동 성명을 낸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세 단체 대표들은 "예멘에 약품과 백신, 식량 등 구호물자 공급을 허용해달라고 호소한다"며 "이런 물품들이 없으면 아이들을 포함한 무고한 시민 수천 명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예멘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일부 항구의 봉쇄를 풀었지만, 구호물자가 가장 많이 전달되는 호데이다 항 등 반군 장악 지역에 있는 항구, 공항은 여전히 봉쇄가 계속되고 있다.
사우디는 구호물자 통관을 유엔이 엄격하게 감시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내걸었으나 유엔은 이를 거부했다.
예멘 내전은 2015년 3월 시아파 반군 후티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사우디가 개입하면서 국제전으로 비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예멘은 올해 4월 콜레라가 창궐해 90만 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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