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없는 태극전사들, 졌지만 박수 받을만했다

입력 2017-11-17 00:19
겁없는 태극전사들, 졌지만 박수 받을만했다

2번의 3점차 리드 못 지키고 일본에 7-8로 분패

日 야구의 심장 도쿄돔서 주눅들지 않는 패기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1988년 개장한 일본 도쿄돔은 과거 한국 타자들에게 꿈의 구장이었다.

한 수 위로 올려다봤던 일본 야구의 심장이자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초대형 돔구장이었다.

처음 도쿄돔 마운드에 서는 투수는 5만 5천 석에 달하는 구장의 엄청난 위용에 압도당해 평소 실력을 절반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현역 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도 1991년 제1회 한일 슈퍼게임 당시 도쿄돔에 처음 본 당시를 회고하며 "긴장됐다"고 소회를 밝혔을 정도다.

그로부터 26년이 흘러 한국 야구의 젊은 유망주들이 16일 도쿄돔에서 일본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개막전을 치렀다.

대표팀 엔트리 25명 중에서 도쿄돔에서 야구를 해본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첫 도쿄돔에다 홈팀 일본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일본전만큼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중압감까지 더해졌다.

하지만 대표팀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사무라이 재팬'과 명승부 끝에 7-8, 1점 차로 패했다.

일본이 우리에게는 없는 와일드카드 3명 전원을 활용한 것을 고려하면 우리에게는 지고도 웃을 수 있는 시합이었다.





애초 대표팀이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내로라하는 일본 투수진을 상대로 3점 이상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대표팀 타선은 일본 투수들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한번 기회를 잡자 무섭게 타올랐다.

대표팀은 3회 말 2사 1루에서 곤도 겐스케의 내야안타 때 1루수, 2루수, 3루수의 아쉬운 수비가 한꺼번에 나오며 첫 실점 했다.

하지만 4회 초 선두타자 김하성의 동점 솔로포을 신호탄으로 하주석의 외야 희생플라이, 이정후의 2타점 2루타로 단숨에 4득점 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4-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9회 말 4-4 동점을 허용했지만, 대표팀은 득점권에서 다시 한 번 강한 집중력을 선보였다.

연장 10회 초 1사 1, 2루에서 류지혁의 1타점 2루타, 하주석의 우월 2타점 2루타로 10회에만 3점을 뽑아냈다.

결과적으로 두 번의 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아쉽게 경기를 내줬지만, 대표팀이 이날 보여준 집중력과 패기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했다.

국제대회 경험은 물론 도쿄돔 경험자 또한 한 명도 없었지만, 적지에서 일본 대표팀과 씩씩하게 맞섰다.

이번 대표팀은 선 감독이 가까이는 내년 아시안게임, 멀게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구상하며 뽑은 멤버들이다.

선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번 대표팀 선수들이야말로 바로 한국 야구의 미래다. 이 선수들을 데리고 한 번이라도 더 도쿄돔 경험을 시키는 게 내 꿈이었다"며 "여기 25명과 도쿄 올림픽까지 가고 싶다"고 밝혔다.

선 감독의 꿈이 착실히 커 나가고 있다. 일단 첫 단추는 비교적 잘 끼웠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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