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사드갈등 해소는 중국의 '소프트 파워' 추구 결과"
홍콩서 한반도 콘퍼런스…"19차 당 대회 후 시진핑 외교정책 유연해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이 한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 해소에 나선 데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추구하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홍콩 링난(嶺南)대 장바오후이(張泊匯)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주임은 16일 홍콩 콘래드호텔에서 한국총영사관과 링난대 주최로 열린 '2017 한반도 라운드테이블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미국의 역사학자 조지프 나이가 처음 사용한 용어인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같은 하드 파워) 등 물리적 힘이 아닌 민간교류, 예술, 학문, 교육, 문화, 원조 등 무형의 힘으로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력을 말한다.
장 주임은 "중국은 커가는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더욱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부분적으로 미국의 세계 지도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준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배경 아래 중국은 전통적인 안보 이슈에 집착하지 않고, 선한 이미지와 소프트 파워를 추구하려고 한다"며 "중국 지도부가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 지도부에 '배신감'을 안겨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균형 잡힌 외교정책을 중시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게 된 것도 이러한 변화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후 지배력을 더욱 확고하게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더욱 유연한 외교정책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부터 중국의 대외정책이 상당히 강경한 확장 정책의 성격을 띠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뚜렷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스 교수는 "최근 들어서 중국의 외교정책은 온건하고 절제된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의 사드갈등 해소뿐 아니라 일본, 인도, 아세안, 베트남 등 주변국과의 전반적인 관계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과의 유대 강화, 인도와의 둥랑(洞朗<인도명 도카라>) 국경분쟁 종식,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자제, 전통적으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웠던 베트남과의 관계 개선 등에서 이러한 모습이 뚜렷하게 엿보인다는 얘기다.
그는 "19차 당 대회 직후 한국과의 사드갈등 해소에 나선 것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고자 하는 중국은 당분간 이러한 온건하고 절제된 외교노선을 걸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중국 푸단대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런샤오(任曉) 교수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당분간 '균형 잡기 노선'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런 교수는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더욱 강력한 제재를 단행할 수 있겠지만, 북한 체제의 붕괴와 그에 따른 한반도 친미 통일국가의 출현이라는 우려로 인해 극단적 제재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며 제재의 수위를 놓고 계속 고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복근 홍콩 주재 총영사 대리는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이라는 원칙을 다시 확인하고, 모든 외교적 방법을 동원해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은 앞으로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인 중국과의 양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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