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첫 '옥중 정기인사'…정현호 지휘 TF 역할론 '주목'
성과주의·세대교체 승진 시스템 구축…깜짝 인사는 없어
사장단 인사후 2주만에 발표…미전실 해체후 컨트롤타워 부재로 '진통'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삼성전자가 16일 비교적 큰 폭의 연말 정기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막후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보고나 지시는 전혀 없었다는 게 삼성 측 공식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인사 내용을 살펴보면 그의 의도가 적잖이 엿보인다는 게 안팎의 관전평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부회장이 옥중에서 인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지 않았겠느냐"면서 "최근 몇 년간의 성과주의, 세대교체 인사 기조가 그대로 이어진 게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 2016년도 인사까지 미전실에서 그룹 전체를 통틀어 진행했으나 2017년도부터는 미전실 해체로 계열사별로 발표됐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파로 삼성전자 임원 승진 인사는 해를 넘겨 올 5월에 발표됐으며, 그마저도 실무진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이뤄졌다.
총수 공백 중에 이날 발표된 221명의 임원 승진 명단에는 '깜짝 인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일부 발탁(승진 연한 전 승진)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각 부서의 '수석급'이 승진 수순을 밟았고, 실적이 좋은 사업 부문의 책임자 및 해외 인력이 대거 승진 대상자에 포함됐다.
특히 부사장 승진자가 무려 27명이나 배출되면서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들을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건희 회장의 오랜 와병과 이 부회장의 구속수감으로 '오너 부재'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철저히 '시스템'에 의한 인사를 통해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올초 미래전략실 해체로 그룹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이번 임원 승진 인사에는 상당한 진통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사장단 인사 발표 이후 무려 2주일만에 임원 승진 인사가 발표된 게 단적인 예다. 지난 2010년 이후 사장단 인사와 임원 승진 인사의 시차가 가장 컸던 것은 2011년의 엿새(12월 7일-12월 13일)였다.
미전실에서 주도하던 인사를 삼성전자 인사팀에서 맡게 되면서 다른 계열사와의 조율이나 협의 과정에서 차질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마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옛 미전실 인사지원팀장 출신의 정현호 사업지원TF 팀장이 이번 인사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추후 조직개편에서 TT의 진용과 규모에도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옛 미전실과 같은 컨트롤타워 역할까지는 아니더라도 계열사와의 인사 교류나 사업 협의, 재무 관리 등을 맡게 될 것으로 알려져 막강한 파워를 발휘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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