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하는 원통으로 입자 조립 첫 성공…"생명활동 이해 도움"
기초연구원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성과…학계 보고되지 않은 구조 구현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UNIST 자연과학부 특훈교수) 연구팀이 자연계와 비슷한 환경에서 원통형 입자 조립을 구현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 성과의 핵심은 구심력을 이용해 입자를 손쉽게 조절하는 동적 자기조립 방식을 고안해 낸 것에 있다.
이를 통해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던 2종류의 입자로 구성된 구조도 만들었다.
자연계에 가장 흔한 원통형 구조 동적 자기조립으로 만든 첫 사례다.
원통형 입자 조립은 한 축을 중심으로 빙 둘러싸는 원기둥 모양이다.
솔방울, 식물 줄기, 물고기 비늘 등이 이처럼 축을 대칭 삼아 원통형으로 형성돼 있다.
실험실에서 입자를 조립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외부 힘 없이도 내부 물질끼리 정렬해 구조화하는 자기조립(self-assembly)과 외부 힘이 가해지는 비평형 상태에서 자기조립을 하는 동적 자기조립(dynamic self-assembly)이다.
기존에는 원통형 구조를 만들 때 자기조립 방식을 주로 이용했다.
이때 입자들 고유 물성에 따라 끌어당기는 힘을 계산해 설계했다.
그러나 원통형 구조를 효율적이면서 체계적으로 연구하기는 힘들었다. 복잡하게 얽힌 입자 간 인력 조절이 어렵기 때문이다.
동적 자기조립 방식은 이와 비교하면 새로운 연구 분야다.
정적인 평형 상태인 자기조립과 달리 동적 자기조립은 평형을 벗어난 상태(비평형)에서 이뤄진다.
IBS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앞서 동적 자기조립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 연구팀은 구심력을 이용해 입자를 원통 형태로 자기 조립했다.
가느다란 원통에 1.5㎜ 크기 입자와 이 입자보다 무거운 액체를 넣고 돌렸다.
회전하는 힘(구심력)이 물체가 떠오르는 힘(부력)보다 커지자 입자가 축에 모이며 다양한 원통형 구조가 형성됐다.
회전하는 원통 속 가벼운 물질은 안쪽, 무거운 물질은 바깥쪽에 각각 몰리는 현상을 이용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점성이 있는 유체를 빠르게 회전시키면 마이크로 사이즈 공기 방울이 생기게 마련이어서 이를 제어할 기술적인 조건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아울러 2종류 입자로 된 원통형 구조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가벼운 입자가 중심축에, 무거운 입자가 바깥에 몰리는 것을 이용해 새로운 구조를 동적 자기조립 방식으로 구현했다.
IBS 관계자는 "동적 자기조립 방식을 이용해 변형이 가능하고 다양한 구조를 만들어 연구 지평을 넓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기존 방식과 다른 만큼 앞으로 입자 조립 기술을 진전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테리아나 단세포 생물 등 자연계 생명체를 모방한 조립 기술 등장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IBS 측은 덧붙였다.
제1저자인 이태훈 연구원은 "원통형 구조는 자연계에 흔히 존재하는 구조"라며 "이번 연구로 비평형 상태에서 복잡 다양하게 조립·변화하는 생명활동을 이해하는 데 한 발짝 다가섰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1∼10 마이크로미터(μm) 크기 미세한 입자 조립을 목표로 삼고 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번 성과를 담은 논문은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지난 8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walde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