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불타는 권력욕…무가베 37년 독재 종친 41세연하 부인
별명이 '구찌 그레이스'…정적들 숙청하다 군사정변 되치기
타자원으로 무가베 만나 불륜 싹틔우고 4년 후 퍼스트레이디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독재국가 짐바브웨에서 발생한 군부 쿠데타는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무가베(52)의 권력욕에서 비롯됐다는 게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남편으로부터 대통령직을 물려받으려는 무리수가 결국 군부 반발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레이스 무가베는 남편보다 마흔한 살이나 젊다는 점이 흥미롭지만, 그동안 사치로운 생활, 폭행 혐의 등으로 각종 논란을 불러왔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국민이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과 높은 실업 등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묵묵히 내조하는 '퍼스트레이디'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그레이스 여사는 1980년대 후반 무가베 대통령의 타자원으로 일하다가 무가베 대통령의 구애를 받고 연애를 시작했다.
당시 무가베 대통령의 첫째 부인은 투병하고 있었기 때문에 둘의 사랑은 불륜관계로 볼 수 있다.
그러다 1996년 무가베 대통령과 그레이스 여사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무가베 대통령의 첫째 부인이 죽고 나서 4년이 흘렀을 때였다.
영부인 자리에 오른 그레이스 여사는 '구찌 그레이스'라고 불릴 정도로 사치스런 명품을 좋아했다.
2007년 미국 대사관도 보고서에서 "그레이스의 주된 관심은 쇼핑"이라고 지적했다.
작년에는 결혼 20주년 기념 선물로 135만 달러(약 16억2천만원) 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주문했다가 취소하는 과정에서 분쟁에 휘말렸다.
또 그레이스 여사는 짐바브웨 동부지역의 불법 다이아몬드 광산사업에 관여한 사실이 위키리크스 폭로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쇼핑뿐 아니라 폭력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올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0대 여성 모델을 수차례 때린 혐의로 논란을 일으켰다.
앞서 2009년에는 홍콩에서 쇼핑하다 자신을 촬영하던 영국 출신 사진기자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사치스런 생활을 이어가던 그레이스 여사의 권력욕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3년 전이다.
무가베 대통령의 기력이 약해지면서 부인에게 갈수록 의존적으로 변한 점과 무관치 않다.
그레이스 여사는 2014년 집권여당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산하조직 '여성연맹'의 수장에 올랐다.
또 그해 남편의 유력한 맞수였던 조이스 무주루 전 부통령을 대통령 암살 연루 혐의로 해임하는 데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스 여사는 남편의 뒤를 이어 짐바브웨를 통치하고 싶다는 뜻을 부인하지 않았다.
BBC 방송에 따르면 그레이스 여사는 2014년 한 집회에서 "사람들은 내가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고 말하는데 그게 왜 안 되느냐"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그레이스 여사는 2015년 "우리는 무가베 대통령이 100세가 될 때까지 통치할 수 있도록 특수 휠체어를 제작할 예정"이라며 남편에 지지를 보내는 모습도 보였다.
그레이스 여사는 최근 부통령 경질을 계기로 무가베 대통령을 이을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혔다.
무가베 대통령이 지난 6월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전 부통령을 전격 경질하면서 그레이스 여사의 대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다.
그레이스 여사는 남편에게 음나가그와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다며 경질을 부추겼다.
그레이스 여사는 ZANU-PF의 젊은 정치인 그룹 'G40'의 지지를 받는 등 여당 내 입지도 탄탄해 보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군부의 반격으로 정치적 야망이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레이스 여사의 측근인 이구나티우스 촘보 재무장관은 군부에 감금됐고 그레이스 여사는 남편과 함께 가택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짐바브웨 군부는 전날 국영 ZBC방송을 통해 "무가베 대통령과 그의 가족은 안전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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