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은의 참새방앗간] 공동경비구역 JSA

입력 2017-11-16 09:00
수정 2017-11-16 09:26
[윤고은의 참새방앗간] 공동경비구역 JSA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오마니 생각난다…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우리 광석이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

가수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듣던 북한 병사가 이렇게 말하며 요절한 가객을 위해 술 한잔 하자고 제안한다. 장소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북한 초소.

2000년 개봉해 히트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주요 장면이다. 이 영화는 1998년 JSA 벙커에서 숨진 고(故) 김훈(당시 25) 육군 중위의 사망사건을 모티프로 해 만들어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화에는 1996년 사망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와 '부치지 않은 편지'가 OST로 애잔하게 흐른다.

JSA가 최근 잇따라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그렸던 안타깝고도 슬픈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다.

지난 13일 JSA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이 병사를 추격하는 과정에서 북한군이 40여 발을 사격해 JSA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한다.

지난 9월1일에는 김훈 중위가 사망 19년 만에 순직 처리됐다. 김훈 중위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의 사망이 직무 수행 등 공무 관련성이 있는 만큼 순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설명이 따른다.

영화가 나온 후 강산이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 흘렀지만 JSA의 비극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평소에는 JSA의 존재 자체도 잊고 있다가 비극적 뉴스를 접해서야 한번씩 들여다보고 놀라는 무심한 현실이 더 아프다. (공교롭게도 영화 속에서 남북한 병사를 하나로 이어줬던 김광석은 유족 간 고소, 고발전으로 최근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영화에서는 마지막에 모든 진실이 밝혀진다. JSA 북한 초소에서 발생한 남북한 병사 5명 간 총격 사건의 진상은 순간적 오해에서 비롯된 참사였다. '38선'은 잊고 함께 둘러앉아 총알로 공기놀이하고, 닭싸움을 하던 남북한 병사들은 순수한 인간애로 우정을 나눠왔지만 그들의 천진난만함은 결국 3명이 사망하는 파국으로 끝이 난다.

그런데 사건의 진실과 진상을 관객은 알게 되지만, 극중 남북한 당국은 끝내 모른 채 넘어간다. 사건 당사자들의 거짓 증언을 남북한 모두 각자 편한대로 접수한 채 조사를 마무리지었다. 복잡한 정치, 외교적 논리 아래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의 마음에는 묵직한 돌덩이가 얹어졌다.

17년 전 한 편의 영화가 던진 질문과 여운의 생명이 계속해서 연장되고 있다. 새로운 영화는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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