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세습에 발목잡힌 세계 최고령 독재자 무가베

입력 2017-11-15 16:07
영부인 세습에 발목잡힌 세계 최고령 독재자 무가베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쿠데타가 발생하면서 37년 독재에 최대 위기를 맞은 로버트 무가베(93) 대통령은 세계 최장기, 최고령 집권자다.

1924년생인 무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 독립투사 출신으로, 이 나라가 영국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1980년 56세에 초대 총리 자리에 오른 이후 37년째 집권하고 있다. 왕이 아닌 인물로는 세계 최장기, 최고령 집권자다.

무가베 대통령은 2015년 12월 전당대회에서 2018년 대선 후보로 또 한 번 확정된 상태다. 2018년 대선에서 다시 당선될 경우 그의 임기는 99세에 끝나게 돼 있었다.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남서부 쿠타마의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무가베 대통령은 교사가 된 뒤 해방운동에 투신해 소수 백인 통치에 맞서 싸운 독립 영웅으로 떠올랐고 집권 전 11년간 투옥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장기집권을 하면서 정치적 탄압과 인권 침해, 선거부정을 일삼고 부패에 빠져 나라를 망친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은 무가베 대통령과 그 가족, 측근 등의 자산 동결과 여행금지 등 제재를 하고 있다.





짐바브웨 국민은 급격한 물가상승과 만성적인 실업, 빈곤으로 나라를 떠나고 있지만, 무가베 대통령은 호화 생일잔치를 벌이며 독재를 이어왔다.

보건단체들은 짐바브웨가 한때는 아프리카에서는 식량이 풍부하고 보건시스템도 좋은 나라였으나 무가베 대통령의 실정으로 식량과 깨끗한 식수가 부족하고 기본 위생과 보건환경이 열악한 나라가 됐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최근 무가베 대통령이 부인 그레이스(52) 여사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결국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됐다.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6일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던 국방부 장관 출신의 에머슨 음난가그와(75)를 부통령직에서 전격 경질했다.

이는 부인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이에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지지하던 군부는 숙청 중단을 요구하며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고, 결국 군부는 15일(현지시간) 국영방송을 통해 정권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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