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다리'…日주도 TPP 수정추진안 반대속 합류가능성 시사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은 미국이 빠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수정 추진안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자국의 합류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완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15일 중신망에 따르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최근 수정 발의된 '포괄적, 점진적 TPP'(CPTPP)에 대한 질문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틀 안에서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며 사실상의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 같은 반대 입장은 실제로는 중국을 미국 대신에 TPP에 가입시키라는 압박 카드일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지난 1월 TPP를 탈퇴한 이후 나머지 TPP 11개 회원국은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의 APEC 정상회의 기간에 명칭을 CPTPP로 바꾼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일본은 중국 견제 성격이 강한 TPP를 미국 없이도 살릴 수 있는 발판을 진통 끝에 마련했다.
그간 중국이 빠진 TPP에 맞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조기타결을 주도해온 중국은 2004년 처음 제안된 APEC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창설을 최근 다시 강조하고 있다.
겅 대변인은 "TPP도 좋고, 새로 마련된 CPTPP도 좋지만 모두 APEC 틀안에서 마련된 것이 아니다"며 "APEC 선언대로 각 당사국은 역내 경제통합을 통해 공동으로 평화, 안정, 활력, 연동, 번영의 아시아태평양 운명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PEC 정상들이 FTAAP의 전면적 추진을 다시 확인한 만큼 이 합의에 따라 모든 APEC 회원국은 FTAAP 구축의 목표를 향해 매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겅 대변인은 CPTPP 11개 회원국들이 중국의 참여를 요청할 경우에 대한 물음에는 즉답을 피했다.
미국이 TPP를 이탈한 후 호주, 칠레 등 TPP 회원국이 중국의 참여를 제안한 적이 있었지만 중국의 입장은 다소 애매했다. 중국은 '역내 경제통합에 유리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개방적 태도를 갖고 있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힐 뿐이었다.
중국은 RCEP과 APEC 프레임에서의 FTAAP 추진의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TPP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지도, TPP와 선을 긋지도 않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역내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해 "중국과 관련돼 있고 일정 조건을 갖춘 것이라면 우리도 개방적 태도로 임할 뜻을 갖고 있다. 다만 주제넘게 남의 일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존 TPP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중국이 합류하는 TPP라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이 타결이 지연되고 있는 RCEP을 방치하고 TPP에 가담하게 될 경우 TPP에는 빠져있고 RCEP에는 참여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은 크게 난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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