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성 인권변호사의 시련…아들, 호주행 또 좌절
왕위, 18세 아들 유학길 막혀…가족 "아들이 무슨 죄?" 반발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저명한 중국 여성 인권변호사가 시련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인권활동가 단속으로 1년간 구금됐다가 지난해 석방된 데 이어 자신으로 말미암아 아들의 장래 계획에도 차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첫 여성 인권변호사로 알려진 왕위(王宇·46)의 18살 아들이 호주로 유학을 떠나려다 공항에서 출국이 금지됐다고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이 15일 보도했다.
왕위의 아들 바오줘쉬안(包卓軒)은 지난 14일 톈진(天津) 공항을 통해 출국하려다 제지됐으며, 그의 여권은 바로 현장에서 이민 관리들에 의해 조각나버렸다.
왕위 가족들이 사는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내 국가안전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 이민부 관리들의 설명이었다. 당시 공항에는 부모인 왕위 부부도 함께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 바오는 호주 3개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아놓았으며, 추가로 명문 멜버른 대학의 입학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전에도 바오는 호주에서 고교과정을 공부하려고 출국하려다 제지당했으며,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얼굴을 얻어맞기도 했다. 또 2015년 11월에는 미얀마를 통해 미국 망명을 시도하다 불발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바오의 아버지로 역시 변호사인 바오룽쥔(包龍軍)은 이 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 아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공부하러 가는 길을 막나?"라고 말한 데 이어 "그 아이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고 그런 핍박을 받나?"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바오의 엄마 왕위는 베이징의 법률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2015년 7월 변호사 등 대대적인 인권활동가 단속 때 체포된 300명 중 한 명이다.
왕위는 구금 후 1년여만인 지난해 중순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과거의 행동을 후회한다"고 공개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또 인권과 관련한 공개활동을 그만두기로 당국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위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위구르족 반체제학자 일함 토티, 여성권리 옹호 활동가, 법륜공(法輪功·파룬궁) 신도 등 많은 정치범의 변호를 맡아 당국에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다.
하지만 왕위는 그간의 활동으로 유럽의 권위 있는 루도빅 트라리외 인권상을 받았으며, 미국 변호사협회로부터 첫 국제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왕위의 남편인 바오룽쥔은 아들의 출국이 다시 좌절된 뒤 중국 당국과의 약속이 깨진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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