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前사령관 "대통령 핵무기사용명령,적법하지 않으면 거부가능"
'대통령 핵무기 사용권한 제한' 상원 외교위 청문회 개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로버트 켈러 전 미 전략군 사령관은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든 그 후임자들이든 누구든 간에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명령이 적법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면 전략군 사령부가 거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켈러 전 사령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가 '핵무기 사용명령 제한'을 주제로 연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군은 합법적인 명령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 불법적인 명령까지 준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같이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1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전략군 사령관을 지낸 켈러 전 사령관은 "군사적 필요성에 대한 합법적 원칙과 과잉 조치 금지 등이 핵무기 사용 결정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위 간사인 벤 카딘(민주·메릴랜드) 의원이 '과잉 조치 금지와 적법성에 대한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전략 사령부가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의미냐'고 묻자 켈러 전 사령관은 "그렇다"며 "그런 경우에는 굉장히 힘든 상황이 수반될 수 있다"고 답했다.
켈러 전 사령관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대행은 '힘든 상황'에 대해 "대통령이 다른 군 책임자에게 그 명령의 수행을 맡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청문회는 북한의 핵 위협이 고조돼온 가운데 미 대통령의 핵 선제타격 명령을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열린 것으로,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명령 권한에 대한 의회 차원의 청문회가 열린 것은 4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핵무기 공격 명령이 선제타격을 포함, 적법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현행법으로는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 고조와 맞물려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입법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청문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핵무기 사용권한 행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의원은 "우리는 미국의 대통령이 매우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운 데 대해, 그리고 돈키호테 같은 의사결정 절차를 거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가적 안보 이익과 동떨어진 핵무기 공격 명령을 내릴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당 내 최대 '정적'으로 꼽혀온 밥 코커(공화·테네시) 외교위원장은 이번 청문회에서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의원들도 대통령의 전쟁 개시 및 핵무기 사용권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이번 청문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할 목적은 아니었다. 특정인이 아니라 모든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반면 내년 중간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코커 위원장 은퇴 후 외교위원장을 노리는 제임스 리쉬(공화·아이다오) 의원은 "청문회 발언 하나하나에 대해 북한에서 다 분석하고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엄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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