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에게 필리핀 인권문제 꺼낸 캐나다 총리…돌아온 반응은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 중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4일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이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정상이 아세안 의장인 두테르테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 것을 우려한 듯 침묵을 지킨 것과 대조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이날 두테르테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인권, 법치, 특히 초법적 처형을 언급했다"며 "이는 캐나다가 관심을 가지는 문제"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는 전 세계 파트너들과 법치와 인권에 대해 강하게, 때론 솔직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명성을 쌓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에 '수용적'이었다며 "화기애애하게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두 정상의 회담 때 트뤼도 총리가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로케 대변인은 "트뤼도 총리가 그렇게 했다면 개인적으로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뤼도 총리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두테르테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에서 짧게라도 인권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하루 뒤에 발표된 양국 공동성명에서 확인됐다.
이 성명은 "양측은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이 극히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지만,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두 정상의 회담이 끝난 직후 로케 대변인은 "인권 문제는 제기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인권 문제가 필리핀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잠깐 불거졌다"고 엇갈린 설명을 했다.
인권 문제가 거론됐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우려를 표명하거나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양자회담을 앞둔 지난 8일 트럼프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내버려둬라, 상관할 일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하반기 필리핀의 인권유린을 문제 삼은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에게 욕을 하는 등 자신의 마약 척결 방식을 비판하는 외국 정상, 인권단체 등을 적대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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