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美·러 '시리아 해법' 불평…"美·러부터 철수해야"
아랍권 매체 "시리아서 입지 축소에 불만" 분석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의 군사적 해법이 불가하다는 미국과 러시아의 공동성명에 발끈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방문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미·러 정상의 시리아 해법에 관한 최근 성명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터키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시리아 사태의 군사적 해법은 불가능하다는 데 동의하고 제네바(유엔) 합의 틀 안에서 정치적인 해결을 다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나는 이해를 못하겠다"면서 "군사적 해법을 배제해야 한다면, 그 말을 한 사람들이 철수를 해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이 시리아에 8개 기지를 두고도 락까에 또 1개를 설치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5개를 운영 중이라고 지적하면서 "그 기지들이 군사적 수단이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같은 반응은 시리아 협상에서 터키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우려한 데서 비롯됐다고 아랍권 언론은 분석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강조한 '제네바 틀'에는 시리아 사태에 깊숙이 개입한 터키와 이란의 자리가 없다.
또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외국 병력 철수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헤즈볼라 등 친(親)이란 병력과 터키군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연계 세력의 철수를 원하는 입장은 미국과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터키는 마지막 반군 지역 이들리브주(州)에서 '자유시리아군'(FSA) 계열 반군을 군사적으로 떠받치고 있으며, 쿠르드계의 세력 확장에 극도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에르도안의 문제 제기는 '왜 터키는 제네바 협상의 보증자가 아니냐'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이란과 터키는 시리아 사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고, 터키는 시리아에서 미국과 같은 입장도 아니기 때문에 나오는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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