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공익제보했는데 돌아온 건 '배신자' 낙인…복직 못한 소방관
소방청장 부당인사·비리 고발한 심평강 전 전북본부장…"내부고발자 보복 사라져야"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무고의 누명은 벗었지만 조직의 명예를 실추시킨 배신자로 낙인찍혀 결국 복직하지 못하고 공무원 정년을 맞게 됐습니다."
한 소방관이 있다.
조직 수장의 비리를 제보했다가 되려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까지 받았다.
3년여 간의 재판 끝에 무고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누명을 벗는 듯했지만 '괘씸죄'는 끝까지 그를 괴롭혔다. 결국 평생 몸담은 조직으로는 끝내 돌아가지 못하고 정년을 맞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심평강(60) 전 전북소방안전본부장.
2012년 당시 소방방재청장이었던 이기환 청장의 지역 차별적 부당인사와 각종 비리 사실을 감사원과 국회 등에 제보해 소방 조직을 인사 내분으로 떠들썩하게 만든 당사자다.
내부고발의 대가로 검찰청과 법원을 무수히 들락거린 그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공익제보자이자 공무원으로서 명예 회복을 위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공익제보자의 신원은 비밀보장 돼야 하고 신분상 불이익을 줄 수 없지만 이러한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012년 심 전 본부장은 소방감 승진 심사 탈락 후 '이기환 당시 청장이 인사를 지역 차별적으로 하고 개인 비리가 있다'며 감사원과 국회에 투서했다.
공개적인 투서가 아니었지만 심 전 본부장의 신분은 금방 들통났다.
이 전 청장은 그해 11월 심 전 본부장을 성실의무 위반과 복무자세 위반 등 사유로 직위해제했다.
조직 내 인사 분쟁은 법적 다툼으로 이어졌다.
심 전 본부장은 결국 무고 등 혐의로 2013년 기소됐다.
소방감 승진 탈락에 불만을 품고 허위 사실로 이 청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였다.
대법원까지 이어진 재판에서 심 전 본부장은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고소내용이 허위사실이 아니고 사실에 기초해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데 지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누명은 벗었지만 심 전 본부장은 결국 조직으로는 돌아가지 못했다.
국민권익위가 심 전 본부장에 대한 해임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청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민 권익위 결정에 대한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
심 전 본부장의 복직 여부가 걸린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졌다.
2014년 2월 해당 사건을 접수한 대법원은 아직 판결을 내지 않고 있다.
해당 사안이 3년 간 장기 계류되는 동안 심 전 본부장의 공무원 정년은 올해 6월 30일 끝났다.
조직의 내부 비리를 고발했고 고발 내용이 거짓이 아님이 밝혀졌지만 그는 결국 평생을 몸담은 직장을 나왔다.
심 소방관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2015년 국정감사에서 심 전 본부장을 복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2015 참여연대 의인상 수상자로 심 전 본부장을 선정하기도 했다.
심 전 본부장은 지금도 명예 회복을 위해 싸우고 있다.
올해는 국회의원 보좌관 A씨와 2012년 당시 소방방재청 간부 B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심 전 본부장은 "A씨는 내가 준 내부고발 자료를 소방방재청에 그대로 넘겨 나의 신분이 노출되게 했고, B씨는 당시 간부로서 해당 자료를 받은 사실을 분명 알고 있지만 둘 다 법정에서 이에 대해 모른다고 위증해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접수된 해당 사건은 서초경찰서를 거쳐 경기 의정부 경찰서로 이관됐다. 피고소인 조사까지 끝났지만 심 전 본부장이 "경찰이 제시된 증거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며 수사 과정에 강한 불만을 제기해 다시 검찰로 넘겨질 전망이다.
심 전 본부장은 "정당한 공익제보자가 결국 커다란 심적·경제적 고통을 안게 되는 현실과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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