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 인종차별 설 자리 없다"…두다 대통령, 극우집회 비판

입력 2017-11-14 16:08
"폴란드에 인종차별 설 자리 없다"…두다 대통령, 극우집회 비판

우파 정부서 나온 첫 규탄 발언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독립기념일을 맞아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집회에서 극우세력의 인종차별·외국인 혐오 표현을 규탄했다고 1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에 외국인 혐오, 병적인 민족주의, 반유태주의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면서 "폴란드는 와서 우리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싶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나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사람의 아버지가 독일인이든, 유대인이든, 벨라루스인이든, 러시아인이든 그 누구든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두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주말 시위대 상당수가 백인 우월주의, 인종차별 구호를 외친 뒤 집권 지도부에서 등장한 첫 규탄 메시지다.

지난 이틀 동안 우파 성향의 정부 관계자 대다수는 집회 참가자들을 애국자로 묘사하며, 외국인 혐오 메시지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폴란드는 2015년 이후 강한 민족주의 색채와 '반(反)무슬림' 정책을 앞세운 '법과정의당'(PiS)이 집권하고 있으며, 반난민·반유럽연합(EU) 성향이 강하다.

지난 주말에도 시위 참가자들은 '형제 국가들의 하얀 유럽'과 같은 표어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외국인 혐오나 백인 우월주의를 드러내는 발언을 했다.

또한 고트어로 '하느님의 뜻'이라고 적힌 깃발도 등장했다. 이는 11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유럽의 기독교 군대가 유대인과 무슬림을 학살할 때 사용된 구호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문구는 극단 우파 세력 사이에서 이슬람교에 적대감을 드러내는 데 사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폴란드 안팎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외교부의 에마뉴엘 나숀 대변인은 "극단주의와 인종차별적 요소가 있는 위험한 행진"이라며 "역사는 우리에게 인종 혐오 표현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지적했다.

국제 유대인 인권 단체인 미국유대인위원회(AJC) 바르샤바 지부의 아그니에슈카 마르키에비치 국장은 "폴란드의 핵심 가치를 위협하는 혐오스러운 극우 인파가 (독립기념일) 휴일을 망쳤다"고 비판했다.

13일에는 일부 시민 활동가가 바르샤바 시청 앞에 모여 당국이 민족주의자들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폴란드여, 일어나라! 파시즘이 오고 있다"고 외치는가 하면 '파시즘 없는 바르샤바'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경찰서 앞으로 행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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