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글로벌 머니 70% 늘었는데 왜 실물경제는 미지근할까

입력 2017-11-14 15:30
10년간 글로벌 머니 70% 늘었는데 왜 실물경제는 미지근할까

작년 통화공급량 10경원…돈 풀어도 기업·가계 덜 쓰고 저축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미국과 유럽, 일본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 돌파를 위해 돈을 풀며 글로벌자금은 70% 넘게 늘었는데도 실물경제는 미지근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넘쳐나는 통화량에도 기업이나 가계가 돈을 쓰기보다는 오히려 저축에 치중한 결과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이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가 오르면서 경제도 살아나는 것이 통례'라는 일반적인 경제학자들의 분석을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다. 신문은 "전례 없는 미지의 세계"라고 표현했다.

세계은행 등의 통계를 보면 2016년 세계 통화공급량은 10경 원에 육박하는 87조9천억 달러(약 9경8천465조 원)로 세계 국내총생산(GDP)보다 16% 많다.

2000년대 중반까지 반세기 동안 통화량 증가는 실물경제의 성장과 거의 유사하게 이뤄졌다. 그런데 2009년 이후 GDP를 크게 웃돌게 되었다. 세계금융위기 직후부터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위기 돌파를 위해 차원이 다른 돈 풀기 정책을 편 결과다.

이에 따라 세계의 통화공급량은 2006년부터 10년간 76%나 부풀어 올랐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로권 중앙은행들이 공급한 자금량이 10년 전의 4배에 달하는 것이다.

저금리에 돈의 일부는 금융상품이나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었다. 2009년 봄 30조 달러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던 세계의 주식 시가총액은 사상 최대인 약 83조 달러로 증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급한 대량의 달러가 세계 여기저기로 수익을 좇아 움직였다. 달러가 미국은 물론 신흥시장 등으로 이동해 거품경제 걱정까지 키웠다.

그런데 최근 각국은 중국에서 긴축이 단행되면 큰 파문이 일 수 있다고 긴장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공급량을 2008년 47조 위안(약 7천914조 원)에서 2016년 155조 위안으로 크게 늘렸다.

중국이 미국의 긴축정책을 뒤따르면 문제다. 당국의 의향을 파악, 선제적으로 긴축하는 움직임도 있다. 다롄완다그룹은 1조 엔(약 9조8천500억 원) 자산을 팔기로 하고, 영국 부동산 매수를 단념했다.

실제 미 연준은는 다음달 금리 인상설이 유력할 정도로 금융완화 축소 움직임을 보인다. 유럽중앙은행 역시 금융완화 축소 조짐이 뚜렷해졌다. 다만 일본은행은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각국 중앙은행들이 '100년에 한 번이라는 금융위기' 극복을 하겠다며 대담한 금융완화를 단행해 글로벌 자금 공급을 늘렸지만, 경제의 체온은 높아지지 않고 물가도 오르지 않는다.

각국 중앙은행이 출구전략 가동을 주춤거리게 한다. 해석은 여러 가지다. 애플 등 세계적인 독과점 기업들에 막대한 이익이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불가사의한 현상이라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세계최대의 회사채 투자가다. 올여름 보유 회사채 잔고가 1천500억 달러를 넘었다. 모든 채권펀드보다 운용규모가 크다. 회사채는 여유자금으로 산다. 돈을 빌려야 할 기업이 금융투자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선진국 기업의 연간 저축액수는 투자액보다 50조엔이 많다. 기업이 과거처럼 다른 곳의 돈을 빌려 투자에 사용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기능을 해내지 않는 것이다.

중후장대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를 하는 디지털 관련 산업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가계도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으로 내달리고 있다. 초장수 사회가 도래한 것도 문제다.



사람들이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한다. 국가 전체적으로 여전히 고속성장을 하는 중국도 저축대국으로 변하고 있다. 기업과 가계가 돈을 사용하지 않아 돈이 넘쳐도 경기가 자극받기 어려운 구조다.

니혼게이자이는 "역사적인 저금리와 자금잉여가 전환점에 이른 것 같기는 하다"면서 "자금흐름이 울리는 경고에 귀를 기울이면서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 적절한 처방전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매듭지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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