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美상원의원 후보의 10대 성추행 5번째 피해자 등장
공화 지도부마저 공식 사퇴요구…SNS서 비판 캠페인도 유행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 공화당의 상원의원 후보자가 과거 10대 소녀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하면서 미 정가를 뒤흔들고 있다.
앨라배마 주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로이 무어(공화) 후보의 5번째 피해자를 자처한 여성이 13일(현지시간) 등장한 가운데 당 지도부에서도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벌리 영 넬슨이라는 이름의 한 여성은 이날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970년대에 무어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넬슨은 회견에서 앨라배마 주 에터와 카운티의 지방검사로 재직하던 무어가 당시 16살이던 자신이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집으로 데려다주겠다며 차에 태운 뒤 문을 잠그고 가슴을 만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멈추라고 소리를 지르며 맞서 싸우려고 했으나, 무어는 멈추기는커녕 내 목을 꽉 쥐고 내 머리를 자신의 가랑이 쪽으로 끌어당기고 셔츠를 벗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무어는 또 자신이 지방검사라는 이유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성추행 사실을) 이야기하더라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며 협박하기도 했다고 넬슨은 전했다.
이런 주장은 무어가 1979년 자택에서 14세 소녀의 몸을 더듬는 등 10대 여성 4명을 추행하거나 성희롱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9일 보도 이후 나흘 만에 추가로 나온 것이다.
다음 달 12일 보궐선거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잇따라 제기된 의혹에 공화당 상원 원내사령탑인 미치 매코널(켄터키) 원내대표가 무어의 사퇴를 공론화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켄터키 주 루이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그가 선거운동을 그만둬야 한다"며 무어의 성추행 혐의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 여성을 믿는다"고 답했다.
특히 무어가 사퇴하더라도 투표용지에서 그의 이름을 빼기에는 늦은 시점임에도 매코널 원내대표는 루서 스트레인지 현 의원 등 다른 후보의 이름을 추가로 적어넣는 캠페인을 펼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성추행 논란에 힘입어 공화당의 '텃밭'인 앨라배마를 탈환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민주당도 연일 공세를 폈다.
민주당의 상원 '2인자' 리처드 더빈(일리노이) 상원의원은 CNN방송에 출연해 "미국 공화당의 리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앨라배마 상황에 대해 더 많이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이 그의 책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까지 겨냥했다.
그러나 무어는 이날 WP를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민주당과 공화당 기득권층이 합작해 자신의 상원의원 당선을 막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무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공화당 기득권층과 '전쟁'을 벌이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무어 선거캠프도 성명을 내 "무어는 결백하고 누구와도 간통한 적이 없다"고 제기된 의혹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소셜미디어에서는 처음 알려진 무어의 성추행 피해자의 당시 나이인 14살 때 사진을 '#내가 14살 때'(#MeAt14)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리는 캠페인이 유행하고 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이는 폭스뉴스 진행자 션 해니티가 무어의 미성년자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당사자들이 합의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14살은 성적 합의를 하기에는 너무나 어린 나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는 취지다.
노스캐롤라이나의 변호사 캐서린 로슨이 9일 밤 시작한 이 캠페인에는 5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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