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버린 부폰…마지막 월드컵 꿈 못 이루고 대표팀 은퇴
러시아월드컵 진출 좌절 후 은퇴 결심 다시 밝혀
"이탈리아 축구, 흔들려도 다시 설 것"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유벤투스)은 눈물을 쏟아냈다.
종료 직전 스웨덴 진영까지 달려 나와 이탈리아의 마지막 공격에 가담했던 부폰의 투혼에도 이탈리아는 끝내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고, 이 경기는 '전설의 골키퍼' 부폰의 마지막 A매치가 됐다.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가 스웨덴과의 러시아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1무 1패로 무릎을 꿇은 후 부폰은 대표팀 은퇴 결심을 다시 밝혔다.
이미 이번 시즌 이후 현역 은퇴를 선언한 39살의 부폰은 축구 인생의 마지막을 러시아월드컵 무대에서 장식하려고 했으나 그 꿈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부폰은 그러나 경기 후 감동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이탈리아 축구에 대한 말로 고별사를 대신했다.
부폰은 "나 자신에게가 아니라 이탈리아 축구 전체에 안타깝다"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어떤 것에 실패했다"고 60년 만의 월드컵 진출 좌절에 대한 미안함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부폰은 "이탈리아 축구에는 분명히 미래가 있다"며 "우린 자부심과 능력과 결단력이 있다. 흔들려도 언제나 다시 서는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부폰은 이어 "나는 대표팀을 떠나고 앞으로 잔루이지 돈나룸마, 마티아 페린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이 활약할 것"이라며 "축구에서는 팀으로 이기고 팀으로 진다. 영광도 비난도 함께 나눈다"고 강조했다.
부폰이 이탈리아 성인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것은 19살 때인 1997년 10월이었다.
공교롭게도 그의 첫 경기도 1998년 프랑스월드컵 진출을 위한 유럽 플레이오프였다. 이날 마지막 A매치와 달리 당시 러시아와 만났던 부폰의 첫 A매치는 이탈리아의 승리로 끝났다.
돈나룸마(AC밀란)가 지난해 대표팀에 데뷔하기 전까진 2차대전 이후 이탈리아 대표팀의 최연소 골키퍼였던 부폰은 당시 여러 차례의 선방을 보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고 이듬해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프랑스월드컵에서는 후보 골키퍼로 선발돼 끝내 실전에 투입되진 못했으나 이후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는 늘 이탈리아의 주전 골키퍼였다.
이탈리아가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도 7경기 동안 단 2골만 내주는 기록으로 우승컵에 기여했다.
부폰은 총 5번의 월드컵을 포함해 이날까지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175경기를 뛰었다.
가장 몸값 비싼 골키퍼, 세리에A 최장 12경기 무실점 기록, 이탈리아 대표팀 최다 무실점 경기 등 수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11회 연속 세리에A 올해의 골키퍼상, 2003년 유럽축구연맹(UEFA) 올해의 클럽 선수상, 2006년 야신상, 2016년 골든풋상,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골키퍼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전설'이었던 부폰은 6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아쉬움 많은 경기를 끝으로 대표팀 유니폼을 벗게 됐지만, 그가 남긴 많은 기록은 한동안 깨지지 않고 남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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