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230년 바티칸 기획전, 폐막 앞두고 잔잔한 반향
바티칸 외교단 단체 관람·현지언론 집중조명…관람객 1만2천명 돌파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세계 3대 박물관 중 한 곳으로 꼽히는 바티칸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천주교 230년 특별 기획전에 폐막을 앞두고 다시금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바티칸 소식통에 따르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기획전이 전시 종반부에 접어들며 바티칸 외교단을 단체 관람객으로 맞이하고, 현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등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 없이 평신도에 의해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인 뒤 모진 박해와 순교를 거쳐 오늘에 이른 한국 천주교 230여 년의 역사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회는 지난 9월9일 개막 미사를 시작으로 2개월 여의 대장정을 이어왔고, 오는 17일 폐막한다.
성 베드로 대성당을 정면에 바라보는 것을 기준으로 대성당 오른편에 위치한 전시장에는 개막 이래 전 세계에서 온 수 많은 평신도, 교황청 고위 관리, 다양한 가톨릭 수도회 관계자, 외교관, 언론인 등이 발걸음을 하며 한국 천주교와 한국 근현대사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개막식부터 지금까지 전시장을 지키며 관람객 안내를 도맡고 있는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의 박수란 수녀는 전시회 막이 오른 지 2개월째 되는 날인 지난 9일 기준으로 관람객이 1만2천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박 수녀는 "매일 약 200명의 관람객이 전시장을 찾아 조선 후기 한국 천주교의 시작부터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기까지의 230여 년의 역사를 증거하는 유물 180여 점을 꼼꼼히 둘러보고 있다"며 "관람객의 약 90%가 외국인"이라고 소개했다.
박 수녀는 "전시회를 본 많은 사람들이 자생적으로 전파되고, 순교로 점철된 한국 천주교의 특별한 면을 알게됐다며 감동을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상당수 관람객이 비단 가톨릭의 역사를 넘어 한국 전체의 근현대사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한 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박수란 수녀와 함께 전시장을 줄곧 지키며 관람객에게 영어와 이탈리아어 해설을 담당한 호주 유학생 윤지석 씨는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로 초래된 한반도 위기를 거론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하겠다는 관람객도 꽤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7일에는 교황청 주재 약 40개국 대사들이 전시장을 대거 찾았다.
최근 주교황청 미국 대사로 부임한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의 부인인 칼리스타 깅리치, 나카무라 요시오 주교황청 일본 대사 등이 자리를 함께 해 한국 천주교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정종휴 주교황청 한국 대사와 환담했다.
교황청의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도 최근 지면에 한국 천주교 230년 특별 기획전에 전시된 유물들과 자생적으로 전파된 한국 천주교의 초기 역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해 이번 전시에 쏠린 교황청 차원의 관심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여진 품목 중에는 1790년에 베이징 교구의 구베아 주교가 "단 한 명의 선교사도 들어가지 않은 조선에서 특별한 방식으로 천주교가 전파되고 있으며, 평신도들이 사제 파견을 요청하고 있다"는 내용을 적어 교황청에 보낸 서한,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체포를 계기로 일어난 병오박해(1846년)를 목격한 증언자들이 순교자에 대해 증언한 내용이 담긴 '기해병오 치명 증언록'(1873년 이전) 등 진기한 유물들이 망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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