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을 빛낼 스타] ⑭ 스키점프 - 다카나시 사라
월드컵 53회 우승으로 남녀 통틀어 공동 1위
올림픽·세계선수권 우승 없는 '무관의 제왕'
아사다 마오 버금가는 일본 스포츠 인기 스타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여자 스키점프 세계 최강자 다카나시 사라(21·일본)는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선수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스키점프 선수라 아직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은퇴한 피겨스케이팅 선수 아사다 마오(27)의 한창때를 떠올리면 될 정도다.
겨울만 되면 일본 TV에서 다카나시의 얼굴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 경기 재방송은 물론이며 광고,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다카나시 열풍'의 첫 번째 비결은 '미모'다.
다카나시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AFP 통신으로부터 김연아(27), 마카엘라 시프린(21·미국)과 함께 '미녀 선수 삼총사'로 뽑혔다.
152㎝의 아담한 키와 차분하고 귀여운 외모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인정하는 다카나시의 매력이다.
그러나 외모만으로는 지금의 자리에 올라올 수 없다. 다카나시는 세계 여자 스키점프의 지평을 넓힌 개척자이자 압도적인 일인자다.
다카나시는 올해 2월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점프 월드컵 노멀힐 여자부 경기에서 정상에 올라 통산 53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부 월드컵 우승 횟수 2위인 사라 헨드릭슨(미국·13회)은 일찌감치 따돌렸고, 남자부 최다 우승자 그레거 쉴렌자우어(오스트리아)가 보유한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일본에서 눈이 많이 내리기로 유명한 홋카이도 현 가마카와에서 태어난 다카나시는 '스키점프 가문'에서 자연스럽게 점프대와 친해졌다.
다카나시의 아버지(다카나시 히로나리)와 오빠(다카나시 간타) 모두 스키점프 선수 출신이다.
8살 때부터 겨울 하늘의 '새'가 되어 하늘을 날기 시작한 다카나시는 현재 일본 대표팀 코치로 있는 야마다 이즈미의 점프를 보고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걸었다.
보통 스키점프는 선수로 빛을 보려면 5∼6년의 세월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카나시는 스키점프에 입문한 지 딱 5년이 지난 2009년 대륙컵에서 19위에 올랐고, 2012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유스올림픽에서 우승해 본격적으로 '금메달 사냥'에 나섰다.
그 기세를 몰아 2012년 3월 일본 자오에서 열린 FIS 월드컵에서 일본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스키점프 월드컵에서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2011-2012시즌 FIS 종합 순위를 3위로 마감한 다카나시는 2012-2013시즌에만 8번 월드컵 우승을 차지해 본격적으로 '일인자'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다카나시는 2013-2014시즌 월드컵 15회 우승으로 시즌 최다승 기록까지 더했다.
마침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스키점프가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모두 다카나시가 '우승 0순위'라고 예상했고, 선수 본인도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카나시는 4위에 그쳤다. 금메달은 고사하고, 시상대조차 서지 못했다.
그는 오래 좌절하지 않았다. 올림픽이 끝난 직후 출전한 5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우승해 건재를 과시했고, 2015-2016시즌에는 14번 우승해 통산 세 번째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2016-2017시즌 역시 종합 우승 트로피는 다카나시의 몫이었다. 그는 도합 9번 정상에 올랐고, 시즌 마지막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평창에서는 "내년 이곳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감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다카나시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
그러나 다카나시는 번번이 큰 경기에서 발목이 잡히는 징크스가 있다.
스키점프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대회는 올림픽이며, 그다음이 2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다.
다카나시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개인전 금메달이 없다. 2013년 이탈리아 발디피엠메 대회 단체전에서만 금메달을 땄을 뿐이고, 개인전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1개가 전부다.
다카나시가 진정한 스키점프의 '여제'로 등극하려면,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이 필요하다.
2017-2018시즌 스키점프 월드컵은 이달 30일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개막한다.
이 대회를 시작으로 다카나시는 '올림픽 챔피언'을 향한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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