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이 쓴 詩, 그림책이 되다…신간 '그 얼마나 좋을까'
한국고전번역원 고전 그림책 2종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높디높은 절벽에 힘겹게 올라 보니/ 구름안개 층층이 아래를 덮었는데/ 저물녘 태양을 날릴 듯한 서풍 불어/ 한순간 천만 개 봉우리 드러나면/ 그 얼마나 좋을까"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은 규장각 교서로 일하던 1796년 '불역쾌재행'(不亦快哉行)이란 20수짜리 시를 지었다. 각각의 시에는 '불역쾌재'라는 후렴구가 붙었는데, 이는 '또한 유쾌하지 않은가' 혹은 '그 얼마나 좋을까'라는 뜻이다.
한국고전번역원은 다산의 불역쾌재행을 우리말로 옮기고, 시의 내용을 표현한 김세현 씨의 그림을 삽입한 그림책 '그 얼마나 좋을까'를 출간했다.
시를 번역한 김준섭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원은 이 시를 다산이 답답함과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현실을 잊고 행복한 순간을 상상하며 쓴 작품으로 평가했다.
당시 다산은 정조의 신임을 받았으나, 노론의 참소와 모함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불안정했다. 이에 갑갑하고 우울한 상황을 묘사한 뒤 분위기를 전환하는 형식의 시를 지었다.
이와 함께 한국고전번역원은 그림에 대한 감상을 담은 제화시(題畵詩)와 그림을 실은 '시가 고운 꽃가지에 걸려서라네'도 펴냈다.
시는 전하지만, 시의 소재가 된 그림은 남아 있지 않은 작품을 골라 새로운 그림과 함께 편집했다. 이제현, 서거정, 이달, 이덕무, 박제가 등이 지은 제화시 16편을 소개했다.
번역은 변구일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그림은 정림 씨가 맡았다.
각권 56∼60쪽. 각권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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