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총기참사에 美 교회 자체 무장 움직임 확산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지난 5일 미 텍사스주 서덜랜드 스프링스 제1 침례교회에서 발생한 총기 참사 이후 교회 신도들이 주일 예배 때 호신용 총기를 휴대하는 등 자체 무장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그동안 교회 등 종교예배 시설은 총기 소지가 금지되는 성스러운 구역이었으나 비무장 신도들을 상대로 총기 사고가 잇따르면서 교회 측에 신도들의 안전이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신도들은 물론 일부 교회 성직자들도 신도 보호를 위한 무기 반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펜실베이니아주 한 성공회 주교는 WSJ에 "무기는 교회에 속하지 않으나 교회는 신도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일 제례복 사이로 권총을 휴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참사가 발생한 서덜랜드 스프링스 제1 침례교회에서 멀지 않은 루터교회에 다니는 토미 베이커라는 여성 신도는 자신의 남편이 다음 주일 예배부터는 무기를 휴대할 계획이라면서 그동안 안전지대로 여겨져 왔던 교회와 학교에 총기를 휴대해야만 하는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다른 신도들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라면서 자신이 목사에게 비상사태 발생에 대비한 총기 소지자를 공고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마냥 앉아서 당하는 손쉬운 목표물이 되지는 않을 것임을 목사를 비롯한 모두에게 알렸다고 덧붙였다.
교회 등 예배장소는 전통적으로 평화와 환영을 강조하는 곳으로 이른바 '소프트 타깃' 가운데서도 가장 소프트한 곳이 돼왔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이후 종교 시설에서 최소한 10여 건의 유혈 총기사건이 발생했으며 이에 따라 교회와 시나고그(유대교회), 이슬람 사원, 시크 사원 등은 지역사회의 피난처로서 역할과 신도들의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심해왔다.
최근 들어 상당수 예배시설은 카메라를 설치하고 무장경비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도 이번 총기 참사 이후 교회에 무장경호가 필요하다면서 "또 다른 총기사건이 발생할 것일 만큼 교회 내에 직업요원이 됐든 일부 신도가 됐든 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텍사스주 플라노의 초대형 교회인 프레스턴우드 침례교회는 최근 교회안전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크고 작은 300여 교회 대표들이 참석 의사를 밝혔다.
매 주일 예배마다 1만2천여 신도가 참석하는 프레스턴우드 교회는 무장경비원을 두고 있다. 이 교회의 잭 그레이엄 목사는 신도들의 공개적인 무기 휴대는 허용하지 않고 있으나 비밀 총기 휴대허가를 가진 일부 신도들이 무기를 휴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신도 중에 무기 휴대자가 있으면 안심이 된다"면서 이번에 사고가 난 (서덜랜드 스프링스의) 작은 교회에 무장 신도가 있었으면 참사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소 교회의 경우 무장경비원을 고용할 여력이 없는 만큼 신도들이나 성직자를 무장시키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신도들도 잇따라 교회를 상대로 한 유혈 총기 공격이 잇따르면서 자구책으로 교회와 자신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WSJ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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